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혀를 깨물고 자살하는 장면은 진짜 가능한 것일까?
사극을 떠올려보자. 간신의 꾐에 넘어가 판단력을 잃어버린 왕이 충신을 감옥에 가둔다. 장면이 전환되고 다음날이 되면 충신은 혼자 있는 감옥에서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절망에 빠진 충신이 혀를 깨물고 자살한 것이다.
혀 깨물기는 사극이나, 영화, 소설 등의 픽션물에서 자주 사용되는 '자살 방법'이다. 특별한 도구나 약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감옥과 같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자살하는 캐릭들은 대부분 혀를 깨물어 자살하게 된다.
그런데 이 혀 깨물기로 자살하는 장면은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가장 흔히 생각하게되는 '과다출혈'은 벌어지지 않는다. 혀가 혈관이 풍부한 곳이긴 하지만 혀에 있는 혈관들은 대부분 미세한 혈관이고 과다 출혈을 유발할 정도로 큰 동맥은 존재하지 않는다. 혀를 깨물어서 피가 나더라도 피는 금세 멎게 되고 과다출혈은 일어나지 않는다.
"혀를 깨물면 혀를 움직이는 신경이 손상돼 혀가 기도로 말려 들어가 질식사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혀가 잘려 혀가 뒤로 말려들어가 기도를 막았다는 '의학적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엽 교수에 따르면 혀에는 혀를 뒤로 말리게 만드는 신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쇼크사'도 일어나지 않는다. 극한의 정신력으로 혀를 깨물어도 정신을 잃기만 할 뿐, 죽음까지 이르기는 힘들다. KAL기 폭파사건을 일으킨 북한의 특수요원 김현희는 자살용 청산가리 앰플을 빼앗긴 후 혀를 깨물어 자살을 시도한다. 당연하게도 김현희는 혀깨물기로 죽지 못했고 김현희는 훗날 "혀 깨물면 아프기만 하다"라는 소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혀 깨물기로 죽음에 이를 수 없음에도 혀 깨물기는 극한을 맞았을때 상황에서 꽤 자주 쓰인다. 자살 수단으로 사용할 순 없더라도 자신을 구속한 상대에 대해 저항을 표시할 수 있고, 혀를 깨물어 자백을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태국의 17세 여학생은 자신을 겁탈하려던 19세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시켰지만 19세 남성의 생명에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혀 깨물기로 사람이 죽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니 만약 실수로 혀를 세게 깨물게 되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말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