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미신의 기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룰'이 있다.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빨간펜으로 사람의 이름을 쓰는 행위는 금기시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는 이러한 미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빨간펜 미신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미신은 왜 생긴 것일까?
빨간펜 미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3가지의 설이 존재한다.
첫째는 계유정난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이다. 세조는 반정을 일으킬 때 궁중행사의 방명록에 적힌 반대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표시하였다. 이름이 빨간 색으로 표시된 조정의 관료들은 모두 제거 당했고 이때부터 빨간색으로 이름을 적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두번째 설은 중국의 황제 진시황과 관련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빨간색을 길한 색으로 여겨웠고 진시황은 붉은색을 독차지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진시황은 자신 외에는 이름을 붉은색으로 쓰지 못하게 했고 붉은색으로 이름을 썼을 경우 사형에 처했다. 진시황의 횡포에 백성들은 모두 공포에 떨었고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져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는 미신이 되었을 수도 있다.
세번째 설은 6.25전쟁에 얽힌 설이다. 당시 국군에서는 사망한 병사의 이름에 빨간 줄을쳐 사망을 표시했고, 전사한 가족에게 보내는 전사 통보서에도 이름을 빨간색으로 기입했다. 이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붉은색으로 쓰게 되었고 빨간펜 미신으로 이어졌다는 설이다.
현재까지 빨간펜 미신의 정확한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옛날에는 붉은 색이 길한 색으로 여겨졌던 점과 북한에는 이러한 미신이 없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세번째 설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빨간펜으로 이름을 써도 죽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간 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기원에 대해 알고 있다면 빨간펜 미신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그라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