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 등장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꽃세자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세자의 정복인 곤룡포가 크게 빨간색과 검정색(또는 남색)으로 나뉜다.
최근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에 등장하는 효명세자 이영(박보검)의 곤룡포는 남색.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던 송중기는 세자 역할을 할때 빨간색 곤룡포를 입었다.
드라마 화정의 주인공 광해군(차승원)은 흑색.
똑같은 세자인데 곤룡포의 색깔이 왜 다른걸까?
원래 세자는 왕과 같이 붉은색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머리에 썼다.
세자가 입던 곤룡포의 색이 달라진 건 조선 후기 선조 때 일이다.
아들 광해군을 싫어했던 선조는 세자가 자신과 같은 옷을 입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옷을 입게 하라고 명했다.
예법을 담당했던 예조에서는 "그런 법도는 없다"며 거부했지만 선조는 틈나는 대로 이를 문제 삼았다.
결국 선조는 명종 대에 순회세자가 검은 옷을 입은 기록을 찾아내 "세자는 검은색 옷을 공식석상에서 입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그렇게 광해군 때부터 세자의 곤룡포가 검정색 또는 남색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조선 후기 왕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 이영 역시 붉은색이 아닌 남색 곤룡포를 입었다.
왕세자라고 해서 기분 따라 색색깔로 갖춰입었던 건 아니었다. 의복에 신분고하를 나타내고 신성한 의미를 담았기에 아무 색깔이나 입지 않았다.
곤룡포의 색에는 서열의 의미가 담겨있다. 황제를 의미하는 황색은 중국 황제가 입었고, 조선 왕조는 그보다 한단계 낮은 붉은색을 입었다.
여기에 예법에 따라 세자는 왕과 같이 붉은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머리에 썼다.
다만 흉배에 놓인 용의 발톱의 개수로 차이를 뒀다. 왕은 오조룡, 왕세자는 사조룡, 왕세손은 삼조룡으로 정했다.
이런 예법을 선조는 비뚤어진 부정(父情)으로 바꿔 현재 사극의 장면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빼놓지 않고 고증한 '구르미그린 달빛' 제작진에겐 "연출력이 좋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이 이야기는 웹툰 '조선왕조실톡' 105화에도 소개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