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A씨에게는 기쁜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고민이 생겼다.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으나 결혼 전에 양가 상견례를 해야만 했다. A씨에게 양가 상견례는 큰 부담이었다. 가난한 형편의 A씨는 제 한 몸 꾸릴 겨를이 없어 낡아 빠진 옷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챈 아들은 아버지에게 새 옷을 사입으라며 20만원을 건넸다. A씨는 그 돈을 들고 대형마트를 찾았다.
A씨는 먼저 아들에게 줄 1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샀다. 그리고 남은 19만원으로 옷을 사기 위해 의류판매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때 A씨의 머리 속에는 해선 안 될 생각이 떠오르고 말았다.
A씨는 현재 아들의 신혼집에 잠시 들어가 살고 있었다. 나이를 먹고 불경기를 맞아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월세 15만을 낼 수 없어 살던 집에서 쫓겨난 것이었다. A씨는 옷값을 아끼면 월세를 내고 아들의 신혼집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이상 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A씨는 결국 9만9천원짜리 옷을 훔치게 되었다. 그러나 A씨는 곧장 붙잡혔고 옷값을 치렀으나 불구속 입건됐다.
이 같은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듯하다. A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A씨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경찰서로 쏟아졌다.
포항의 할아버지는 "나도 넉넉하지 않지만 훔친 옷값을 내가 내주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밝혔고 경찰이 옷값을 이미 치렀다고 하자 "상견례에 입을 옷이 없으면 결혼식 때 입을 양복도 없을 것. 내가 양복을 사주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여성도 "A씨의 아들 결혼식에 축의금이라고 전달하고 싶다"며 도움의 뜻을 밝혔다.
소식을 전해들은 A씨는 "잘못을 저지른 저한테도 이런 일이 생기네요. 너무 고맙습니다"라며 "저보다 어려운 사람도 세상에 많은데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도움을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