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500마리 가까운 동물들이 목숨을 잃은 동물원이 그 참혹한 현장을 드러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컴브리아 지역에 있는 동물원 '사우스 레이크 사파리 주(South Lakes Safari zoo)'에서 4년 동안 약 500마리의 동물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이 동물원에서는 거북이가 노후된 전선 때문에 감전당하고 여우원숭이가 늑대 우리 안에 들어갔다가 잡아먹히는 등 끔찍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고 한다.
동물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기 사자 7마리와 개코원숭이 5마리가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펭귄이 지내는 사육장은 온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온이 29도까지 치솟았고 펭귄들은 이끼가 낀 채로 물도 거의 없는 구석에 방치돼있었다.
동물원 곳곳에는 쓰러져 죽어가는 캥거루와 피부병이 걸려있는 몽구스가 보였다.
동물보호단체 캡스(CAPS, Captive Animal‘s Protection Society)는 "지금까지 60년 간 관리가 제대로 안된 동물원을 적발해왔지만 이렇게 끔찍한 동물원은 드물었다"며 "이렇게 죽어나간 동물들이 486마리나 된다"고 보고했다.
동물뿐 만 아니라 사람도 사고를 당했다. 이 동물원에서 일하던 사육사 사라 맥클레이(Sarah McClay, 24)는 호랑이 우리의 잠금장치가 풀린 줄 모르고 근무하다가 호랑이에 물려 현장에서 즉사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해당 사건으로 동물원 측은 보건 및 안전 위반으로 255,000 파운드(한화로 약 3억 6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 동물원은 관람객에게 인기있는 편이다. 방문 후기 기록에 따르면 방문객 2624명 중 83.5%에 해당하는 2193명이 "매우 좋음" 또는 "우수"라고 답했다.
동물보호단체 캡스 측은 "이 동물원을 폐쇄해야 한다"며 "더이상의 고통과 불필요한 죽음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동물원의 소유주로 알려져있는 데이비드 길(David Gill, 55)은 백만장자로 부를 축적해왔으며 동물원을 관리하지 않은 데에 대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데이비드 길의 대변인은 가디언 지에 "지난해 말에 동물원과 관련된 모든 거래 및 관리 활동에서 물러났다"며 "컴브리아 주 컴패니 측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동물원의 CEO 카렌 브루어(Caren Brewer)는 "직원들 전체가 무척 화가 났다"며 "이제부터라도 동물들의 신체적, 행동적 요구에 중점을 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측은 동물원 폐장을 촉구했고 결국 관리당국은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