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미국 워싱턴 d.c. 허시혼(Hirshhorn) 박물관 에서 열리는 일본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88)의 작품이 한 관람객에 의해 훼손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해당 전시를 찾은 한 남성 관람객은 야요이의 작품 '무한거울방'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는 야요이의 대표 작품으로 알려진 대형 호박 60여 개를 모은 컬렉션 '호박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감상하고 있었다. 환하게 불을 밝힌 대형 호박은 벽면 거울에 비쳐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황홀함에 젖어든 관람객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인증샷을 촬영하려 시도했다. 작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갔던 그는 순간 발을 헛디뎌 호박 모양 작품 하나를 건드리고 말았다.
결국 호박 작품 중 하나가 부서졌고 이 때문에 작품전은 3일이나 중단됐다.
'호박 컬렉션'은 지난 2015년 78만 4485달러(한화 약 9억원)에 거래됐을 만큼 고가의 작품이다.
야요이는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아티스트로 호박 위에 반복되는 그물망과 점을 표현해 환영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특히 '호박 컬렉션'은 야요이가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 및 환각 증세를 해소하는 심리적 수단이라는 점 때문에 "아픔으로 빚어낸 예술"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야요이 측은 "훼손된 작품을 대체할 다른 호박을 박물관으로 다시 보내주겠다"는 '다소 쿨한' 입장을 밝혔다. 해당 남성 관람객이 피해보상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물관과 관련된 보험회사 측이 나섰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물관의 대변인 앨리슨 펙(Allison Peck)은 "호박 하나가 부숴졌다고 해서 작품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별 작품 자체에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더 큰 조각을 구성하기 위해 제작된 요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물관 측은 전시 재개 후 보안 직원을 늘릴 방침이다.
사고 당시에는 동시에 30초 동안 최대 3명을 응대할 수 있는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