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의 노보에 따르면, 정치적 성향과 노조와의 친소,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등으로 기자들을 분류한 뒤 최하위 등급에 속한 직원에 대해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 리스트대로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블랙리스트'의 충격적 실체라고 규정한 이 자료는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또한, 같은 7일 MBC보도국 경제부 기자들은 보도에 대해 MBC 보도국 수뇌부들이 악의적인 '청부제작' 지시를 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보도국 경제부 기자들의 폭로를 정리해 보았다.
1. ☆ ○ △ X로 분류된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MBC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다음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 표시의 6명은 “회사의 정책에 충성도를 갖고 있고 향후 보도 영상 구조 개선과 관련(영상 취재 PD 등 구조 관련) 합리적 개선안 관련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고 분류했다.
‘○’ 표시의 19명은 “회사의 정책에 순응도는 높지만 기존의 카메라기자 시스템의 고수만을 내세우는 등 구체적 마인드를 갖고 있지 못한 이들”로 구분했다.
‘△’ 표시의 28명은 “언론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로 구분했다.
‘X ’ 표시의 12명에 대해서는 “지난 파업(2012년)의 주동 계층으로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이라고 규정했다.
2. 좀 더 꼼꼼한 문건인 <요주의 인물 성향>
<요주의 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 △, ○ 각 등급별로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상세히 적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주로 정치적 성향,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게으른 인물’‘영향력 제로’‘무능과 태만’‘존재감 없음’ 등의 인신공격적인 표현도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 최하위인 ‘X’등급의 12명 전원에 대해 자세한 인물평을 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거나 노조 혹은 MBC 영상기자회 집행부를 맡았던 기자들이다.
'현 체제 붕괴를 원하는 이들',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의 표현도 눈에 띈다.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개인 욕심이 많아 기회 시 변절할 인원'이라며 회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어 △등급에 대해서는 '기존 노조의 영향력 하에 있는 회색분자'로 규정해놓고 있다.
문서는 이들 중 일부에 대해 '기존 노조와의 유대를 강화하며 영상취재PD (카메라기자 대체 인력) 교육을 소홀히 한다'며 '강성 노조 성향'이라거나 '요주의 인물'이라고 경계했다.
반면 일부 기자들에 대해서는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 '언제든 회유 가능' 등의 표현으로 포섭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3. 보도에 대한 윗선의 '청부제작' 지시
보도국 경제부 기자들이 낸 성명서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경제 이슈에 대한 일방통행식 기사 요구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고 한다.
'청부 제작' 지시의 근거는 하나같이 보수 언론과 경제지의 조간제목을 그대로 따 온 것으로, '문화일보 1면대로 제작해라', '최저임금 인상을 까라', '표적증세로 비판해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
4. 부당한 해고, 중징계 등을 당한 피해자 277명
언론노조 MBC본부의 홈페이지에는 일부 경영진과 수뇌부에 사유화된 MBC에서 현재까지 해고 10명, 중징계 110명, 유배 157명의 부당한 피해를 입은 직원들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유배'라는 의미는 '뉴미디어포맷 개발센터', '신사업 개발센터', '뉴미디어뉴스국', 'NPS센터', '미래방송연구소' 등의 부서로 배치된 경우를 말한다.
MBC 경영진은 파업 참가자 200여 명에 대해 대기발령, 부당교육 발령(신천 교육대), 부당전보(경인지사, 신사옥건설국 등) 발령하기도 했다.
5. 아나운서 활동을 못하게 된 아나운서들 23명
블랙리스트에 올라온 아나운서들 중 11명은 밖으로 축출되었고, 12명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인사상 중요한 시기마다 인사 책임자의 책상 위에 '블랙리스트'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수 많은 선배 아나운서가 사라진 자리에 2년 계약직 아나운서가 채워지면서 선후배간의 시스템과 노조 역시 힘을 잃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부당전보를 당한 아나운서들에게 아나운서로 다하지 말라는 지침도 있었다고 하며, 새로 발령난 부서에서는 일부러 일을 주지 않기도 했다.
어떤 아나운서는 한국생산성본부에 보내져 일반 사무직 교육울 이수하게 했고, 발령사유를 묻는 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 국장은 '우린 그런 거를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부당전보를 당한 선배에 대해 '안타깝다'는 발언을 한 후배 아나운서 역시 전보발령을 받았다.
한편, MBC <뉴스데스크>는 2012년 파업 당시 1.7%라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현재는 4-5%대를 오가는 상황이다.
2014년 한국기자협회가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MBC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꼽은 기자는 0.7%,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사'로 꼽은 기자는 1.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