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들의 함성이 크다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 매우 힘들었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27)이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6만3천명 팬들의 응원소리 때문에 경기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말해 온국민이 분노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이란과의 경기에서 0-0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김영권은 대표팀 주장으로 선발 출전해 중앙 수비수로서 수비진 조율을 맡았는데 실수를 연발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후 경기를 되짚어본 그의 발언이었다.
김영권은 "훈련을 하면서 세부적인 전술들을 맞춘 게 있었는데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연습한 걸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 전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선수들끼리 눈빛만 봐도 그 뜻을 알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는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를 비롯한 6만여명의 팬들이 모여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경기 내내 목청이 터저라 선수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김영권 선수의 한마디에 응원전의 의미가 퇴색됐고 힘차게 응원했던 팬들은 맥이 빠졌다가 "누구 때문에 목이 터저라 응원했는데"라며 분노하고 있다.
경기장 함성 소리 때문에 선수들 간 소통이 힘들었다는 그의 발언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전국민이 붉은 악마가 됐던 2002 월드컵과 경적소리와도 같은 부부젤라가 사방에서 울렸던 2010 월드컵에서는 팬들의 함성소리와 응원소리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기 때문.
물론 김영권 선수는 궁극적으로 "대표팀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훈련 기간 동안 노력해서 다음엔 더 잘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말을 하더라도 "6만여명의 팬들이 응원을 열심히 해주셨는데 선수들끼리 눈빛만 봐도 통하는 팀워크가 아직 형성이 안된 부분이 있었다. 대표팀의 미흡한 부분이었다.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지금까지 응원 함성소리를 경기 결과 부진의 이유로 꼽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날 구자철은 "선수들 대부분이 2002 월드컵을 보고 꿈을 키웠는데 그때처럼 경기장이 붉게 물들었다"며 "팬들의 함성은 선수들에게 힘을 준다"고 했다.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인정한 김영권은 1일 대표팀 관계자를 통해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복잡해 말을 잘못했다. 매우 후회스럽고 죄송하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사과드린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심을 잃은 김영권이 더 이상 주장을 맡는 게 힘들지 않겠냐"며 기성용이 차기 주장이 될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