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화된 숲에
'오렌지 껍질' 수만 톤을 버린 지
15년이 지난 후 숲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지난달 30일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알레트는
실패한 줄만 알았던 오렌지껍질 실험이
엄청난 결과로 돌아온 사건을 전했다.
이야기는 19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 시작한다.
이곳은 남미 코스타리카의 한 황무지다.
아무도 살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한때 코스타리카의 아름다운 열대우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공장을 개발하면서
숲을 모조리 불태워버렸고 황무지가 돼버렸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두 과학자,
프린스턴 대학 연구원
다니엘 잔젠(Daniel Janzen)과
위니 홀와츠(Winnie Hallwachs)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불모지가 된 숲에
1000 트럭 분량의 오렌지 껍질을
버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황무지에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장 밖에 더 되겠냐"며 말렸지만
두 과학자는 지역 오렌지 제품 관련
기업들을 찾아가 오렌지 껍데기를
기부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마침내 '델 오로(Del Oro)'라는 기업에서
오렌지 껍질을 숲에 버리는 것에 동의했다.
쓰레기 처리 비용은 기업에서도
골치 덩어리였으므로 서로 윈윈이었다.
그렇게 1998년 황무지 숲에는
1년 동안 1만 2천톤의 오렌지 껍질이 쏟아졌다.
그러나 경쟁사 '티코프루트(TicoFruit)'는
"델 오로가 국립공원을 더럽히고 있다.
오렌지 폐기물이 썩는 냄새가 엄청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었고
현지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면서
2년 만에 실험이 중단됐다.
숲은 그렇게 10년 넘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세월이 흘러 2013년
프린스턴 대학의 호기심 많은 생태학자
티모시 트루어(Timothy Treuer)가
"10년도 더 전에 숲에 오렌지 껍질을 버렸었는데
무산됐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숲에 다시 찾아가보기로 했다.
티모시는 숲의 엄청난 변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숲은 다시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고
나무는 더 크고 튼튼하게 자랐다.
몇몇 종의 동물도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오렌지 껍질이 분해되면서 탄소가 생성됐고
새 생명이 자랄 수 있는 기초가 된 것이다.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잡초들의
성장을 억제했을 가능성도 컸다.
앞서 실험에 도전했던 과학자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티모시가 현장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해
2천년 실험 종료 당시 토양과 비교했다.
그 결과 13년 전보다 토양이 더 풍부해져고
다양한 종류의 수종이 자라고 있었다.
에너지로 사용가능한 바이오매스는
176%나 증가했다.
실험을 진행했던 과학자 다니엘과 위니도
숲을 찾아와보고 감격을 감출 수 없었다.
세계 열대우림은 현재 벌채 속도로 봤을 때
10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이 두 과학자의 실험은
완전히 파괴된 자연도
다시 생명을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