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이 연기에 뒤덮인 원룸 주택에 뛰어들어가 거주자들이 대피하도록 도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지난 11일 오후 8시 53분경 충북 충주시 봉방동 주택밀집지역의 한 포장업체에서 불이 났다.
불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졌다. 인근 4층짜리 원룸 주택 실외기에 옮아 붙으면서 이곳에 입주한 거주자들을 위협했다.
씨뻘건 불길이 인근 주택을 집어삼키려고 하고, 유독가스로 접근이 쉽지 않은 순간 때마침 지나가던 김종복(55)씨와 그의 딸 김보슬 (27)씨, 그리고 김 씨의 친구 이슬기(26)씨가 현장을 목격했다.
원룸 거주자들이 모두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앞뒤 잴 겨를도 없이 건물로 들어가 입주자들에게 알리려 했으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다행히 문앞에 걸린 원룸 임대 안내문에 건물주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고, 이들은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화마가 건물을 집어삼키려는 급박한 상황에서 세 사람은 서로 층을 맡아 각 세대를 뛰어다니며 초인종을 누르고 불이 났음을 알렸다.
특히 건물 4층에 거주하는 할머니(60)와 5살, 3살 난 손자 2명은 불이 난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김 씨 일행은 어린 손자 2명은 끌어안은 채 할머니와 함께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고, 덕분에 불과 5분여만에 주민들이 모두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이 불은 건물 실외기와 벽 일부를 태우는데 그쳤지만 발생한 연기와 유독 가스 때문에 제때 피신하지 않았더라면 거주자들이 질식으로 위험했을 상황이었다.
소방차가 도착하고 진화가 시작되자 김 씨 일행은 홀연히 화재 현장을 떠났다.
이들의 선행은 당시 4층에 살던 할머니의 딸이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리며 뒤늦게 확인됐다.
화재가 일어나고 몇시간 뒤 네이버 카페 '충주사람모여라'에는 자신이 4층에 거주하던 할머니의 딸이라며 도와준 여성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친정 어머니가 아이 둘을 데리고 계셨는데, 여성 두 분이 애기도 같이 데리고 나와주셨다고 한다'며 '너무 감사해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감사의 말을 남겼다.
그리고 며칠 뒤인 지난 15일 오후, 한 카페 회원이 화재 사건 의인을 찾아냈다는 글을 올렸다.
'지나던 행인이 방마다 문을 두들겨주고 대피를 도왔다. 어제(14일) 내가 찾아냈다. 나와 건물주가 통화하는 이야기를 듣고 아르바이트 하는 동생이 자신의 지인이다.'라고 한 것.
그 말을 들은 회원은 '직접 여성과 통화했더니 "할 일을 했을 뿐"이라 하면서 평소에도 유기묘 관련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착한 아가씨다"라 덧붙였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이들의 탈출을 도운 '의인'들의 용기와 이를 세상에 알린 인터넷 커뮤니티가 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