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보러 바다를 건너온 울릉도 학생들이 포항 지진 여파로 고단한 객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북 포항시의 한 콘도 연회장. 학생 30명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있다.
각자 책과 문제집을 편채 부지런히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울릉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울릉고 학생들은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6일 앞두고 포항에 왔다. 바다 날씨가 나빠져 여객선이 끊길까봐 일찍 나선 것이다.
교사 5명과 학생 34명이 공부할 책과 일주일치 옷을 챙겨왔다.
하지만 수능을 하루 앞두고 덮친 지진 때문에 아이들은 보름넘게 객지 생활을 해야 한다.
포항 원정 시험은 1980년대 초부터 이어진 울릉고 3학년 학생들의 연례행사다.
시험 당일 각 고사장으로 배부되는 시험지를 멀리 떨어진 울릉도에선 당일 받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시험 예정일보다 5일 정도 일찍 포항으로 건너와 시험 대비를 한다.
지진을 겪은 울릉고 학생들이 다시 울롱도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동해 기상 악화로 14일부터 여객선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지진 후부터 학생 34명은 콘도 연회장을 도서관 삼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장기간 집을 떠난 데다 지진까지 겪어 심적으로 불안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포항에서 지진의 공포와 마주한 터여서 이번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울릉고 수험생들의 심리적 불안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 인솔 교사는 "학생들의 객지 생활이 1주일이 되면서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현장에서 느낀 지진의 공포가 이번 수능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사는 "공부도 걱정이지만, 아이들 빨래가 문제"라며 "며칠 전에 오전 공부만 하고 오후에 학생들을 데리고 빨래방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