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고 술 먹는 10대들이 무서워서 말리지도 못한다는 요즘, 밤마다 공원을 돌아다니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이가 있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는 10대들의 모습을 보면 '따끔하게 훈계'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 10월 "담배 피우지 말라"고 훈계한 40대 남성이 10대들에게 집단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학생들이 무서워 말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밤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이가 있다.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페이지 "KNOCK 노크'는 밤마다 술판이 열린다는 대구의 한 공원에서 청소년들을 계도한다는 '심규보'씨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돗자리를 옮겨 다니며 술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몇살이세요"라며 나이를 묻고 다닌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에게는 "학생이잖아. 담배 꺼야지"라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반항이라도 하면 "개아리('반항한다'의 경상도 사투리) 하는 거냐"고 되물으며 아이들의 위협에 강경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심규보 씨의 대응에 아이들은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리고 귀가한다.
올해로 35살인 심규보 씨는 이처럼 밤마다 공원을 돌며 방황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심규보 씨가 소년범을 조사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계도하는 이유는 그도 소위말하는 '일진'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을 시작했다는 그는 절도를 저질러 소년원 생활도 했었고, 성인이 되어선 폭행으로 구치소에 수감되기까지 했다.
구치소 생활 중 '어쩔 수 없는 환경'때문에 나쁜 길로 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그는 사회에 나가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삶을 살지 않도록 돞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출소 후 심 씨는 대학에 들어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그 어렵다는 임상심리전문가 과정까지 마쳤다. 현재 심 씨는 소년범을 조사하는 '범죄심리사'로 활동중이다.
그가 운영중인 비영리단체 '별을 만드는 사람들'은 특수 절도, 보험사기, 폭행, 공문서위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나 피해 아동, 가출 청소년 등이 찾아온다.
심규보 씨는 "제 눈에는 아이들이 구분돼 있지 않다. "며 "마음이 아플 뿐, 그냥 청소년들이 오는 것이다"고 밝혔다.
부모들도 포기한 아이들을 대신해 판사에게 선처해달라고 빌고, 그런 아이를 데려와 공부는 물론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렇게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준 지 벌써 7년째.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아이들은 '규보쌤' 덕분에 꿈이라는 걸 가지게 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규보 쌤 같은 어른이 되고싶다", "제 2의 심규보가 되고싶다"며 심규보 씨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심규보 씨는 "0.1도 바꾸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지금은 각이 요만큼 바뀌어 있어도 그 벌어짐이 시간이 지나면 이만큼씩 벌어진다. 내가 하는 일은 그 각만 잠깐 틀어주는 일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