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상에 같은 감기에 걸려도 남자가 여자보다 더 심하게 앓는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이는 '남자의 독감'(Man flu 또는 Man's flu)이라는 용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남자가 독감 등으로 아플 때 증상을 과장하고 엄살을 떤다고 비꼬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단순 감기나 계절성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증상의 심한 정도에 실제 남녀 차이가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대학 가정의학과 카일 수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세계적 의학 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실제로 남성이 겪는 증상이 더 심하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수 교수는 "비록 한계가 있는 증거들이긴 하지만 실제 의학적으로 남성의 증상이 더 심하다는 증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차이는 기본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면역반응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여러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수교수는 우선 쥐에게 각종 세균을 주입, 감염시킨 결과 수컷의 체온이 암컷보다 더 떨어지고, 염증반응은 더 심했고, 눈꺼풀도 더 힘없이 가라 앉았다는 등의 기존 동물실험 논문들을 설명했다.
수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감염의 강도가 암컷이 더 낮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었으며, 독감 백신 주사 후 남성의 면역반응이 여성보다 떨어졌다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임상시험 발표도 나온 바 있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면역반응을 약화하는 반면 여성호르몬은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수 교수는 폐경기 이전 여성과 같은 연령대 남성의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면역반응이 다르게 나타났지만, 폐경 이후 여성과 또래 남성의 경우 그런 차이가 없었다며 임상시험 결과들이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은 강해야 한다'는 관념과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남성이 병을 핑계로 중압감에서 벗어나 어리광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심리학적 설명도 있다.
영국 에든버러 내피어대학의 면역 및 감염병 학자인 피터 바를로우 교수는일간지 가디언 인터뷰에서 "독감 감염 증상에 심한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원인엔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 과학적 연구결과로는 남녀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수 교수 역시 "면역반응 등의 차이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려면 더 많은 수준 높은 연구가 필요하긴 하다"고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