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 영화 중에는 기괴한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습격하는 내용의 영화들이 있다.
영화 '스크림' 속 살인마의 '유령 얼굴'가면이나 영화 13일의 금요일 속 살인마가 쓴 '하키 마스크' 그리고 영화 쏘우의 '빌리' 마스크 등 생김새가 특이한 가면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준다.
이것들 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무서운 가면이 있다.
바로 길쭉한 새 부리 모양의 가면.
가면을 들고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 역시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살인마들이나 쓸법한 이 '새 부리 가면'이 사실은 의사들이 입었던 옷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때는 중세시대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기록에 따르면 전 유럽에서 최소 2,500만, 최대 6,000만 명이 사망하며 당시 중세 유럽은 '흑사병'의 공포가 대륙 곳곳에 퍼져있었다.
이 때 흑사병을 전담하는 의사들이 존재했다.
당시 의사들은 나름대로 환자를 격리시키고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태우는 등의 방역 조치를 취했고, 이탈리아의 경우 흑사병 창궐 당시 모든 선박을 40일 동안 격리하는 등 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환자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한 의사들 또한 흑사병으로 죽어나가며 흑사병에 대한 공포는 더욱 심해져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1619년 프랑스 루이 13세의 수석 의사였던 '샤를 드 로름'이 새 부리 가면을 비롯해 흑사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복장을 고안해냈다.
가면의 길쭉한 새 부리 부분은 마치 현대의 방독면의 정화통처럼 안에 각종 항료와 허브, 성수 등을 넣어 나쁜 공기를 피하는데 사용됐다.
이 밖에도 밀폐성을 위해 마스크에 유리 렌즈를 달거나 밀랍으로 코팅한 로브를 입고, 환자와의 직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장갑과 환자를 손대지 않고 진찰할 수 있는 '막대기' 등을 착용했다.
그런데, 의사들의 복장이 '공포의'대상으로 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흑사병 의사들이 시행할 수 있었던 치료법은 몸에서 피를 뽑아내 치료하는 '방혈'이나 임파선종을 뜨겁게 달군 쇠로 절개하는 등 미미한 치료법 뿐이었다.
때문에 흑사병을 앓았던 이들은 결국 사망에 이르렀고, 흑사병 의사들은 마치 환자의 목숨을 빼앗고 다니는 저승사자처럼 묘사가 되었다.
또한 기괴스러운 가면의 모습도 한 몫 했다. 사람과는 다른 얼굴로 왠지 모를 위압감과 공포감을 선사하며 창작물 등에서 끊임없이 공포 소재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공포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의 가면가게에서는 종종 '새 부리 가면'을 볼 수 있는데,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인류는 페스트를 이겨냈고, 이 가면은 "흑사병을 이겨낸"상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