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연애하면서 너 때문에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난 미안한 것뿐이야"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한 한양대생이 올린 슬픈 이별글이 화제다.
지난 2015년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에서 여학생 A씨는 남자친구 B씨에게 차였다며 글을 시작했다.
A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A씨는 국가에서 나오는 4천원의 점심값으로 하루를 버틴다.
각종 장학금을 받지만 이는 대부분 집 생활비로 가는 처지인 A씨는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휴대전화 비용과 월세를 내기도 빠듯하다.
심지어 B씨와 데이트하는 날이 평소에는 굶기 일쑤던 저녁을 먹는 날일 정도다.
B씨는 그런 A씨의 사정을 알고 있어 최대한 그녀를 배려하며 데이트를 해왔다.
1년 동안 연애하면서 B씨는 음식점, 영화관, 카페 등 모든 데이트 비용을 지불했다.
B씨는 항상 얻어먹기만 해 마음을 쓸 A씨를 위해 "내가 커피를 좋아해 카페를 자주 가는 것이다"는 배려도 해주는 남자친구였다.
하지만 B씨 역시 학생이었기에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결국 A씨에게 돈 때문에 힘들다며 이별을 고했다.
A씨는 "난 사실 (네가 힘들어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같이 못해줘서 미안했다"며 B씨를 향한 글을 남겼다.
함께 유료 전시회도 가지 못하고, 늘 같은 옷을 입고 데이트에 나갔던 게 마음에 걸린다는 A씨는 글의 말미에 "나 같은 여자랑 사귀어줘서 고마웠다"며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A씨의 글에 누리꾼들은 "가난하면 사랑이 도망간다더라.." "A씨도 B씨도 모두 안타깝다" "얼른 취업해 꽃길만 걸었으면 조헸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A씨의 글 전문이다.
돈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절대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 매력적이어서 반했는데 끝까지 매력적이네요 헤헿ㅎㅎ. 물질적인 이유로 차였지만 전 남자친구를 원망하지 않아요. 차이면서도 미안하네요.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많이 가난해요. 아버지는 아무 일도 안하시고 집에 계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월 70받고 일하십니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약간 가부장적이시라 챙겨드려야해요. 어릴 땐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괜찮습니다. 국가에서 밥은 챙겨먹으라고 하루 4000원씩 줍니다. 저녁은 돈이 생기면 먹는데 하고 있는 알바로는 핸드폰 요금과 월세도 내기 빠듯해서 챙겨 먹진 않습니다. 사실 점심 챙겨먹기에도 돈이 빠듯합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날이 저녁 먹는 날이에요! 다행이도 가난한 제 사정을 알아줘서 장학금에다가 외부 장학금까지 받습니다. 하지만 집이 어렵다보니 외부장학금은 대부분 집에 보내야돼요. 남자친구님! 1년 동안 연애하면서 항상 미안했어. 너는 기념일 마다 선물과 편지를 챙겨주는데 난 편지만 써줬으니까. 정말 너한테 선물 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그리고 같이 여행 못가서 미안해. 내일로 여행도 가고 싶었는데 기차표가 5만원이 넘더라ㅎㅎ... 너랑 바다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 음..또 초밥뷔페도 생각난다. 초밥붸페를 갔을 때 내가 초밥을 처음 먹는거라 하니까 작은 네 눈이 동그래지는게 너무 귀여웠어. 데이트 때 계속 똑같은 옷을 입고가서 미안해. 겨울이라 걸칠 옷이 한 개밖에 없었어. 하지만 내가 이 말을 했으면 넌 너의 돈을 털어서라도 옷을 사줬겠지? 그래서 말할 수 없었어. 눈치는 챘겠지만 말하는건 다른 차원이니깐ㅎㅎ 항상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 영화 좋아하는데 부담지게 해서 미안해. 너가 사주는 치즈팝콘 나도 진짜 좋아해. 치즈팝콘 없어지고 흔들어먹는 걸로 바뀌니깐 시무룩해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웠어. ddp 유료전시도 못가서 미안해. 이것마저 너한테 의지하는게 너무 미안했어. 자기가 커피 좋아한다고 나한테 커피 많이 사줬는데 난 한번도 못사줘서 미안해. 언젠간 사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막상 사려니 비싸더라...ㅎㅎ뷔페 안가봤다니까 뷔페 데려가줘서 고마워. 나중에 알아보니까 진짜 비싸더라. 먹고나서 미안했어. 너랑 연애하면서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막상 떠오르는건 미안한거 뿐이네. 조심스레 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때 사실 난 알고 있었어. 넌 힘든 티는 못숨기더라ㅎㅎ 하고싶은 거 많을텐데 같이 못해줘서 미안해. 그리고 항상 날 배려해줘서 고마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영화 많이 보여줘서 모마워. 맛있는거 소개해줘서 고마워. 네가 날 데려간 맛집들 전부 맛있었어. 어..이런 글은 어떻게 끝내야 될지 모르겠네... 그냥 복잡한 감정을 말하고 싶었는데ㅎㅎ..어 음... 나같은 여자랑 사귀어 줘서 고맙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게요. 행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