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우리 예술단의 1일 평양 공연을 '깜짝 관람'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오는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진행될 남북 합동 공연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치 못하게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3일 공연에)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 레드벨벳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레드벨벳은 히트곡 '빨간맛'과 '배드보이' 무대를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2시간 10분가량 진행된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고 관람 중에는 중간중간 박수를 치기도 했다.
공연 중 우리측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관람 후 김 위원장은 출연진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을 잘해서,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이 여세를 몰아서 가을엔 '가을이 왔다'고 하자"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 출연자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출연자는 밝혔다.
이때 김 위원장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라는 말의 뜻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공연은 당초 오후 5시 30분으로 예정됐으나 북측 요구로 두 시간 늦춰져 오후 7시 30분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한 시간 앞당겨져 오후 6시 30분으로 재조정됐다.
북측은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사람의 관람 편의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스케쥴에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관측했다.
이날 무대에는 조용필과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레드벨벳, 강산에, 김광민, 음악 감독 윤상 등 남측 예술단 총 11팀이 자신들의 히트곡과 북한 노래 등 26곡을 불렀다. 소녀시대 서현은 사회를 봤다.
조용필은 '친구여' 등을 불렀고, 레드벨벳은 '빨간 맛', '배드 보이' 무대를 선보였다. 윤도현은 통일을 염원하는 '1178'을 불렀다.
공연 후반 서현이 북한 노래인 '푸른 버드나무'를 부른 뒤 전 출연진이 '친구여'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2시간 10분간 진행된 첫 평양 공연을 마무리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출연진은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16년 만에 처음이며 대중 가수 공연은 2005년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공연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로 마련됐는데 김 위원장의 깜짝 관람으로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실히 드러냈다.
우리 예술단은 오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측 예술단과 합동 공연을 한 뒤 밤늦게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