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산 신도시 택배 논란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극심한 스트레스르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의 이야기가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있다.
지난달 29일 EBS '지식채널e'에서는 '특별한 예외'라는 주제로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특례' 업종에 대해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17년 차 베테랑 집배원 故 이길연 씨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우체국에서 17년간 일해온 그는 유일한 안전 장비인 헬멧 하나를 쓰고 오토바이로 골목을 누비던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부상을 입었다.
사고 후 그는 병가를 냈지만 부종으로 퉁퉁 붓고 피가 가득 찬 왼쪽 다리는 쉽게 낫지 않았다.
그 당시 집배량이 폭주하는 추석을 앞두고 있어 이길연 씨는 우체국으로부터 당장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왼쪽 다리로는 절대 배달을 할 수 없었다.
이씨는 가족들 앞에서 '미치겠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가족들도 미처 몰랐다.
결국 업무 복귀를 앞두고 이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 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우체국 집배원들은 하루 약 1천통이 넘는 우편물 모두 주민들에게 전달해야만 퇴근할 수 있다.
시간 내에 우편을 배달하기 위해 숨 가쁘게 뛰는 건 기본이고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20분 만에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때로는 식사 자체를 걸러야 할 때도 많다.
남들이 쉬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집배원의 하루는 더욱 바빠진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집배량은 끝도 없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차가 있지만 자기가 쉬면 그 짐을 모두 동료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쉽게 휴가를 쓸 수도 없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을 떠난 이씨 그리고 같은 해 4월에도 매일 12시간 일하던 한 집배원 역시 어린 두 딸을 남기고 과로사로 숨졌다.
한편 전국집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한 집배원만 77명에 달한다. 전국집배노동조합 허소연 선전국장은 "살려고 일하는 거지 죽으려고 일하는 게 아니지 않냐"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이 같은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은 "제발 근무시간을 준수해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 "택배 좀 늦게 받으면 난리가 나냐?" "근무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