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의 다산신도시 아파트에서 택배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택배 차량 진입 금지를 부른 사고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10일 MBC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단지 내에서 한 어린이가 뒤로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치일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고개를 숙이고 걷던 엄마는 다가오는 택배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듯 계속 걸었고, 운전자도 보행자를 보지 못한 듯 운전을 멈추지 않았다. 부딪히기 직전에야 아이들과 엄마는 몸을 피했고, 바닥에 넘어진 아이들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 

입주민인 김모(38)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거의 사고가 날 뻔했다. 어린이가 털썩 주저앉고 옆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쳐 겨우 차량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후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다산신도시에 입주한 다른 3개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도 사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유했다. 

이에 관리사무소는 3월 한 달간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택배차 지상 진입을 막기로 했다. 택배 업체들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정문이나 후문에 주차한 후 카트로 배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택배 기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정문에서 멀리 있는 동은 가는 데만 30분이 걸리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현실적으로 카트로 배송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면 택배 차량을 개조해야 하는데, 이 지역에서만 계속 일할 수도 없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택배를 집까지 배달하지 않고 정문 근처에 쌓아 두기 시작했고, 관리사무소가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라는 내용의 대응요령까지 써 붙이면서 ‘갑질 논란’으로 불거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관리사무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트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며 어린이들이 많이 사는 단지라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예비 입주자 대표 역시 “대응요령 문구가 지나친 건 있는 것 같다”면서도 “대기업의 횡포다. 저희가 오히려 택배회사에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체 측과 아파트 주민들은 11일 협상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시간이 돈’인 택배회사와 ‘대기업의 횡포’라는 주민 간 입장 차이는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