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사고로 숨진 부부의 아이가 4년 후인 2017년 우여곡절 끝에 인공수정과 대리모를 통해 태어났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중국 매체 SCMP는 부부가 죽기 전 '불임 치료'를 하며 세상에 남긴 배아로 4년 만에 태어난 아이의 사연을 전했다.
2013년 3월, 중국 장쑤성 이싱(Yixing)의 한 도로에서 젊은 부부 센 지에(Shen Jie)와 그의 아내 리우 시(Liu Xi)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두 사람은 급히 병원에 실려왔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부부가 세상에 남기고 간 특별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배아'였다.
숨지기 직전까지 이 부부는 남경병원 산부인과에서 인공 수정 치료를 받고 있었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
아내 리우에게 배아를 이식하는 인공수정 수술 5일 전에 교통사고가 일어났고 부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배아는 사고가 일어나지만 않았다면 엄마 뱃속에서 자랄 아이였다.
자식의 장례를 치르던 부모들은 이 사실을 알고 '미래의 손주'가 될 수도 있었던 배아를 병원에만 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들은 병원을 상대로 수정된 배아에 대한 책임 권한을 넘겨달라는 소송을 진행했다.
증거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혈액 샘플을 제출하고 DNA 검사를 받아 배아가 자신의 손자임을 증명했다.
중국에는 난임수술 의뢰인인 부부의 부모가 배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법적 선례가 없었지만 다행히 재판부는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대리모를 찾아야 했고 부모들은 라오스 출신의 대리모를 고용했다.
마침내 지난 2017년 12월 부부의 부모는 그토록 바라던 손주를 품에 안았다. 아들과 딸이 남긴 마지막 선물이자 유일한 핏줄이었다.
각각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가 된 이들은 건강하게 태어난 손자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아이의 이름을 달콤함과 행복을 의미하는 '티안티안(Tiantian)'이라고 지었다.
외할머니인 후 싱시안(Hu Xingxian)은 "눈은 내 딸을 닮았고, 전체적인 얼굴은 사위를 쏙 빼닮았다"고 말했다.
친할아버지인 쉔 시난(Shen Xinnan)은 "손자가 이렇게 태어나야만 했던 게 나도 슬프다"며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줘야할 것"이라고 만감이 교차하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너무 어릴 때 진실을 밝히면 이해하지 못하거나 충격이 클까 봐 부모님이 해외에 가 있다고 한 후 나중에 크면 꼭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너무 가슴아프다", "자식 부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놀라워 했다.
그러나 죽은 딸, 아들 대신 손주를 품에 안고 싶었던 이들의 결정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아빠,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기는 그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조부모와 외조부모가 잘 돌봐줘도 아이는 나중에 원망을 하게될지도 모른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다시 "조부모가정에서 컸다고 다 불행하지는 않다", "아이는 누구보다 사랑받고 자랄 것", "평범하게 태어나는 아기도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는 건 아니다. 다른 아이와 다를 게 없다"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