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 시청자들마저 부끄럽게 했던 장면은 사실 드라마 작가인 문유석 판사의 경험담이었다.
22일 방송된 JTBC '미스 함무라비' 2회에는 신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이 판사복을 입고 첫 재판에 참석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고아라는 자신의 연수원 시절 스승이었던 피고측 변호사가 등장하자 눈인사를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이에 방청석에 있던 원고측 방청객들은 두 사람이 아는 사이냐며 수군거렸다. 자칫 판결이 공정하지 못하게 오해받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재판이 끝난 후 한세상(성동일) 부장판사는 박차오름에게 "그 옷(판사복)을 입은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질책하고는 부장판사실로 들어가버렸다.
판사실로 돌아온 박차오름은 선임 판사인 임바른(김명수, 인피니트 엘) 우배석 판사에게 "제가 뭘 잘못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임바른은 "아까 시공사측 변호사한테 인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박차오름은 "연수원 시절 제일 존경하던 교수님이셨다"고 변호사와 아는 사이였음을 밝혔다.
임바른은 "방청석에 앉은 방청객들이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때서야 박차오름은 화들짝 놀라며 "시공사와 싸우는 주민들이다"라고 깨달았다.
임바른은 "재판 내내 표정 관리 안 되던데 여기 극장 아니다"라며 법정에서 감정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박차오름과 임바른은 판사의 사적인 감정에 대한 열띤 논쟁을 벌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이 장면은 사실 작가인 문유석 판사의 경험담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네이버 지식인과 함께 한 질문 초대석에서 문 판사는 "첫 재판 날, 처음 법복을 입고 초긴장 상태였다. 급기야 나이 많은 변호사가 목례를 하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엉거주춤 따라서 인사를 하려다 재판장 눈치를 보며 주저앉았습니다"고 회상했다.
이어 "첫 재판을 마친 후, 재판장이 '사람들은 문 판사라는 개인을 보고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법복이라는 옷을 보고 절을 하는 거요. 그걸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법복을 입을 때마다 이 말씀이 생각나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1일 첫방송 시청률 3.7%를 기록한 JTBC '미스 함무라비'는 22일 시청률 4.553%를 기록하며 입소문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성동일, 고아라, 김명수, 류덕환 등 비주얼과 연기력으로 무장한 출연진들과 함께 현직 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작가로 나섰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법정을 꿈꾸는 초임 판사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초밀착 법정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매주 월, 화 밤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