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앞으로 쓴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기대했으나 슬프게도 북한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했던 북미 정상회담을 지금 시점에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밝혔다.
이런 급작스러운 취소에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한 협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하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은 여전히 나중에라도 열릴 수 있다. (북한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며 대화 재개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우리 정부는 "당혹스럽고 유감"이라며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각국 정상들 역시 유감을 표명하며 "비핵화는 계속 추진해야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실망스럽다"면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파트너들과 이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이 과정은 비핵화가 목표이며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화 재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기를 바란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약속한 것을 다 실행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최근 북한이 보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번 만남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이번 회담 취소의 원인을 북한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취소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 있다는 의미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는 명백하게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심각한 해악이다”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이밖에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며 "북미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탈출구를 다시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 전문이다.
친애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리는 오는 6월12일 양측에 의해 오랫동안 기대를 모아온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에 당신이 쏟은 시간과 인내, 노력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만남은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나 이제는 완전 무관하게 됐다. 나는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었다.
슬프게도 당신들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에 근거할 때 나는 지금 시점에 오랫동안 준비해온 이번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이 편지가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다는 것을 나타내게 해달라.
이는 우리 둘에겐 좋을지 몰라도 전 세계로 봐선 손해다. 당신은 당신들의 핵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것은 신에게 이 무기들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하다.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훌륭한 대화가 싹트고 있었다고 느꼈으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오직 대화뿐이게 돼버렸다. 언젠가 당신을 보게 되기를 고대한다. 한편 인질들을 석방해줘 그들이 가족들과 함께 있게 해준 것에는 감사한다. 그건 아름다운 행동이었고 매우 고마운 일이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당신이 마음을 바꿔 이 중요한 회담을 열고 싶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써라. 세계, 특히 북한은 평화를 이어가고 엄청난 번영과 부를 이룰 큰 기회를 잃은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친 것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참 슬픈 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합중국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