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취소한 가운데 현재 북한에 잔류하고 있는 외신 기자단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 앞으로 쓴 공개서한을 통해 "슬프게도 최근 들어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 때문에 북미 회담을 지금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북미회담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급작스런 북미회담 취소 발표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져 세계 정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누리꾼들은 북한에 가 있는 외신 기자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회담 취소 통보에 북한에서 외신 기자단을 인질로 억류하는 등 기자단의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남한·미국·영국·중국·러시아 총 5개국 취재단이 잔류해있다. 이 기자단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차 방북 중이다.
현재 북한에 가 있는 외신기자단의 상황은 어떨까.
같은 날 미국 CNN방송은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북한에 있는 외신기자단에도 전파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미회담 전격 취소를 발표한 시간 외신기자단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를 마치고 기차를 타고 원산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CNN은 "북미회담 취소 사실이 기차를 타고 원산으로 돌아가던 외신기자단에도 전달됐다"면서 이 같은 소식이 외신기자단에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CNN은 외신기자단과 함께 열차에 있던 북측 인사들도 어색하고 불편한 반응을 보이며 상부에 전화로 보고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측 인사들은 예상과 달리 절제된 모습이었다고 취재를 위해 방북한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전했다.
리플리 기자는 "북한인들이 좀 더 격앙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놀라울 만큼 절제된 모습이었다"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누군가와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플리 기자는 "그들은 이 상황이 북미 관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며 그래서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6월 12일이 아니더라도 정상회담 개최를 원하는 듯이 들렸다"고 말했다.
리플리 기자는 또 북측 인사들이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몇시간이 지난 뒤 정상회담 취소 소식을 알게 됐다며 "매우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외신기자단은 프레스룸이 마련된 원산 갈마호텔로 돌아와 기사와 영상을 세계 각국에 보내고 있다.
북한은 애초 원산 관광특구를 선전하려고 외신기자에게 관광 일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기자들은 내일이나 모레 원산에서 베이징을 거쳐 각국으로 돌아갈 일정이었다.
다행히 북한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카드를 내밀면서 기자단이 억류될 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회담 취소에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를 마치고 이날 오전 숙소인 원산 갈마호텔로 돌아온 미국 CNN 방송의 윌 리플리 기자는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 호텔에서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호텔 안에만 있고, 창문 밖을 보지 말라'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
리플리는 "우리 (취재진) 대부분은 프레스센터에 모여 있다"면서 "(북한) 경호원들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 것 같다. 큰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북한에선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적었다.
리플리는 "밖에 나갔던 동료 기자도 (호텔) 안으로 들어가란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면서 "호텔 주변 경비도 강화된 것 같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리플리는 정기 항공편이 없는 인근 공항으로부터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들려왔다는 글도 올렸다.
방북 외신 기자단의 일원인 마이클 그린필드 영국 스카이뉴스 기자도 트위터를 통해 "생방송 위성송출을 위해 밖에 나가야 하는데 호텔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의 경호원들도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CNN이 트위터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자 미국 누리꾼들도 "우리 기자들이 모두 무사히 귀국할 수 있길 바란다. 트럼프는 기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트럼프는 인질들을 기자들과 교환한 셈" 등 크게 우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Damn. I hope all our journalists are able to get out of there safely. Inexcusable that Trump cancelled the summit w/o considering their safety or consulting with South Korea.
— TulumChica (@tulumchica) 2018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