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최고의 컨텐츠 장르 중 하나인 'ASMR'이 최근 들어 음란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물체를 긁거나 두드리는 소리, 사람의 속삭이는 목소리, 음식을 먹는 소리 등 다양한 사운드를 고감도 마이크로 녹음해서 제공하는 일종의 힐링 영상인 ASMR이 최근 들어 '음란성'이 대두되면서 전세계적인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그러나 ASMR은 힐링이나, 음란성을 넘어선 장르다. ASMR은 이제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사운드 체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청각 소재를 동원하는 일종의 청각 체험 컨텐츠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1.ASMR이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는 다소 묘한 의미의 약자인 'ASMR'은 얼핏 의학 용어처럼 보이지만, 유튜버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유튜브 용어다.
최초의 ASMR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목표로 자연적인 사운드를 제공하려는 유튜버들 사이에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잠들기 힘들어하거나 평소 심리적인 불안 증세를 느끼는 많은 수의 유튜버들이 약물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하면서 ASMR은 점차 인기를 얻게 됐다.
대표적인 사운드로는 빗으로 머리를 빗는 소리, 음식을 먹는 소리, 탁자나 사물을 두드리는 소리 등이며, 이런 사운드를 통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한다.
2.불쾌해도 듣는다
ASMR 컨텐츠 소비의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단순히 편안하거나 즐겁기 때문에 듣는 것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사운드가 주는 느낌에서 특별한 감각적 쾌감을 느끼는 ASMR의 특성 때문에 많은 유저들은 단순히 힐링을 얻으려하는 것을 넘어서 불쾌한 느낌, 이상한 느낌, 섹슈얼한 느낌 등을 다양하게 소비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청각을 통해 추구하는 모험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인데, 스마트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공짜 모험 컨텐츠의 새로운 장르로 여겨지는 성향도 강하다.
때문에 유튜브에서는 이 컨텐츠의 제작과 소비가 지난 5년 간 폭증했으며. 1년 전까지 약 500만 개 수준의 ASMR 영상은 현재 1천만 개를 넘어서고 있다.
3.ASMR의 음란성 논란
ASMR은 애초에 사운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언가 자극을 주려는 시도에서 시작된 만큼, 어찌보면 섹슈얼한 장르로 일부 변화하는 것도 쉽게 예상됐다.
따라서 다양한 사운드 체험을 찾고 이를 전달하려는 ASMR 제작자들의 치열한 경쟁은 섹슈얼한 영역으로 번지면서 더 심화되는 상황.
특히, 트래픽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상 보다 더 많은 유저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아예 성인용 ASMR을 만드는 유튜버들도 등장했다.
이러한 성인용 ASMR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섹슈얼한 느낌을 유도하는 '캐주얼 포르노(Casual Prono)' 수준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나 대사가 담긴 노골적인 수준까지 다양해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포르노 검색량 상위에 있는 한국의 유튜브 환경 역시 이런 문제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일부 한국 유튜버들이 노골적인 수위의 성인용 ASMR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
이런 영상에 대해 많은 ASMR 제작자들은 'ASMR을 빙자한 포르노 라디오 방송'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컨텐츠는 유튜브의 성인인증을 통해서만 소비가 가능하지만, 많은 ASMR을 제작하는 유튜버들은 이런 성인용 ASMR의 제작 풍조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4.가짜 ASMR도 있다
이렇게 ASMR의 인기가 높아지자, 다양한 가짜 ASMR 영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래 먹방으로 만든 영상을 이름만 ASMR로 바꿔 올려놓는 경우가 늘어나거나 원래의 영상 속에서 약간의 사운드만 나와도 이를 ASMR 영상으로 둔갑시키는 등의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조악한 ASMR 영상을 본 후 큰 실망감을 느껴 더 이상 ASMR 관련 영상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ASMR 제작자들의 일반적인 의견.
그러나 제대로 만든 ASMR 영상을 처음 접한 한 유저(@blueflake)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런 체험은 처음 해본다. 앞으로 더 많은 ASMR을 보게될 것 같다"는 소감을 남기는 등 고품질 ASMR 영상의 위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어 저품질 ASMR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5.ASMR은 장르 컨텐츠로 발전 중
이런 ASMR 영상의 소비 풍조는 얼핏 희안하거나 해괴해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대체 저런 걸 왜 듣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쉽게 보인다.
그러나 '먹방' 컨텐츠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의 반응 역시 비슷했다. 초기엔 "남이 먹는 모습을 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ASMR 역시 마찬가지.
처음엔 비주류 컨텐츠였던 '먹방'이 최근 방송의 주류 장르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ASMR' 역시 공중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등 대세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영석 PD가 제작 했던 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서는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를 등장시켜 계곡물이 흐르는 자연의 소리, 장작 타는 소리, 요리하는 소리 등을 집중적으로 들려주는 시도가 이뤄지는 등 ASMR을 본격적으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공중파 방송 3사의 교양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하는 (주)시리우스 미디어의 김형선 대표(41)는 현 상황에 대해 "ASMR은 향후 대세 장르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디지털 방송으로 인해 화질 뿐 아니라 사운드의 재현력이 기술적으로 높아진 환경에서 ASMR과 같은 사운드의 힘을 방송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ASMR이 대세 장르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기존 방송에서는 출연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사운드 트랙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주변 사운드를 더 강조하는 별도의 트랙에 대한 작업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며 향후 방송 제작 환경의 변화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