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미 남편인 황민의 음주 운전 피해자 한 가족이 황민씨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글은 황민의 평소 언행과 사고 원인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는 고발 글을 삭제하면서 “앞으로의 입장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자신을 황민 음주사고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A씨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운전은 정말 살인마"라며 "동생 동료 배우분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내 동생은 죽을 뻔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생은)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엄청난 충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고 말했다.
뮤지컬배우 황민은 아내인 배우 박해미가 대표로 있는 해미뮤지컬컴퍼니에서 프로듀서로 재직해왔다.
A씨는 황민을 ‘제작자’ 또는 ‘사장’으로 칭했다. 이번 피해를 본 동승자들은 모두 해미뮤지컬컴퍼니 소속 단원으로 알려졌다.
A씨는 황민이 평소 술을 마시면 단원인 배우에게 욕설하는 등 언행이 좋지 않았다며 카톡 등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도 황민이 후배 배우들을 혼내는 상황이었기에 피해자들이 황민의 차량에 탑승을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황민이 경찰조사에서 "단원들과 회식하면서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전 축구경기를 본 뒤 2차를 가려고 교외로 가던 중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과 엇갈리는 주장이다.
A씨의 이런 폭로는 황민의 진술을 반박하는 것은 물론 이번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왜 만취한 운전자의 차에 탔냐"는 비난을 두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고가 보도된 후 가해자인 황민에 대한 비판은 한목소리였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시선은 첨예하게 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피해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건 맞지만 같이 탄 사람들도 범죄 방관한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음주인거 알면서 동승했다는건 암묵적 동의" 등 피해자들도 잘못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법에 따라 피해자들도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선배이자 극단 고위관계자인 황민이 음주운전한다는 것을 한참 후배인 피해자들이 만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권력에 의한 참사라고 비판해왔다.
이 예상이 맞았다는 듯 A씨의 폭로글까지 나온 것이다.
그러나 A씨의 글은 이내 삭제됐다. A씨는 “기자분들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글을 내렸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너무 많이 화가 나지만 일단 운전자(황민), 박해미 씨측의 입장을 보려한다”면서 “언론에 얘기하신 대로 처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고 이후 박해미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는 물론 장례식, 보상 등의 문제에 있어서 내 모든 것을 내놓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분노했다.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감싸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잘못이 있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꼭 받아야한다"며 경찰에 "선처 없이 조사해달라"고 의견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동생이 정말로 많이 힘들어 한다"면서 “근거 없는 비난은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처럼 피해자들은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을 받게 될까.
음주운전 방조죄는 음주운전 할 것을 알면서도 차 열쇠를 제공한 자, 음주운전을 하도록 권유 및 독려한 동승자, 부하직원의 음주운전을 방치한 상사, 대리운전이 어려운 지역에서 술을 판매한 업주에게 해당되는 죄목이다.
단순 음주운전 방조죄가 입증되면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독려할 경우가 입증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피해자들이 동승을 거부하기 힘든 동종업계 후배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방조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에 내부 음성이 녹음되어 있지 않아 생존자들이 회복하는 대로 조사를 해야 정확한 경위 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음주운전 외에 과속 등의 다른 사고 요인이 있는지 등을 두루 조사하고 있다. 화물차량의 갓길 정차가 불법인지도 살펴보고 있다.
한편 29일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숨진 20살 여성 단원 B씨는 박해미가 교수로 재직 중인 동아방송예술대 공연예술계열 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해미가 운영하는 뮤지컬 제작업체 '해미뮤지컬컴퍼니'에 대학생 인턴으로 참여하고 있어 정식 단원 또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