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30)이 속한 단톡방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된 충격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13일) BBC 코리아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정준영 씨 단톡방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에서 정준영 씨와 지인들은 "위안부급인 OO"과 같은 일본군 '위안부'를 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단톡방에서 "따먹는다", "OO 냠냠쩝쩝", "독일 XX"와 같은 표현이 발견되기도 했다.
성적인 대화를 넘어 위안부 피해자 및 인종 비하 발언 등이 포함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본 범죄심리학, 사회학, 성폭력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내려온 '그릇된 성 의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 서울대 추지현 사회학과 교수는 "위안부가 민족주의나 반일주의 정서를 불러일으킬 때는 순수한 존재로 표상되지만, 한국 내에서는 정준영 카톡방에서 언급된 존재 같이 여겨져 왔다"며 "낄낄거리지 않았다 뿐이지 (기존에도) 여성의 몸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지난해 순천대 모 교수가 "(위안부) 할머니들은 상당히 알고 갔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갔다"는 발언을 해 법정에 서는 일이 있었다.
일부 혐오 사이트에서도 '위안부'를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인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또 BBC 코리아는 공개된 단톡방에서 '여성의 성기'를 일컫는 비속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정준영을 포함한 단톡방 멤버들은 성관계 영상물 공유는 물론 여성을 '음식'으로 비유하는 표현을 일삼았다.
"맛집 평가 좀?", "맛있어?", "쫀득쫀득했어" 등의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계교육연구소 손경이 소장은 "안타깝지만 이들의 행동 패턴은 기성세대에서부터 내려온 여성비하의식을 답습하고 있다"며 "요즘이 수위가 더 세지고, 온라인 공간으로 이런 행태가 확장됐다는 점을 빼고 여성을 '과일, 음식'으로 표현하는 문화는 과거에도 존재해왔다"고 했다.
중앙대 이나영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대화들이 "어딜 가나 끊임없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고방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나영 교수 역시 "이 사건에서 정준영만 보면 안 된다"면서 "비뚤어진 성 인식 같은 메시지는 결국 기득권을 지닌 계층과 기성세대로부터 학습된 것"이라며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런 것이 용납돼선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