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푸쉬 알림이 뜬다. 알림을 보내준 어플을 실행시키면 이성의 사진과 함께 나이, 키 등 프로필이 등장한다. 마음에 든다면 ‘Yes’를 누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확인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신개념 소개팅의 모습이다.
2~30대, 특히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소개팅 어플이 솔로 탈출을 위한 또다른 수단으로 떠올랐다. 기존 소개팅에 비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들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소개팅 어플에 대해 알아보자.
매일매일, 새로운 인연이 스마트폰 속에!
기본적으로 소개팅 어플은 회원 가입을 하면 업체에서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여러 이성의 프로필을 확인하며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고를 수 있다.
회원에게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성에 대한 기본 정보를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상대에 대한 세부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상대방의 마음에도 들어야 확인이 가능하다. 소개팅 전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랜덤 채팅, 블라인드 채팅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선 프로필 심사를 통해 어플 사용을 승인받기 때문에 접근이 비교적 까다롭다. 휴대폰, 이메일 인증 등의 절차가 추가로 있어 회원의 신분을 정확히 파악한다.
또한 어떠한 기준 없이 무작위로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채팅 어플에 비해 소개팅 어플은 거주지역, 관심사 등 좀 더 확실하고 세부적인 기준에 맞춰서 이성을 소개시켜 준다. 일부 어플은 궁합, 별자리 등 독특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자신의 취향과 맞는 인연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터넷이 생활 속에 자리잡으면서 통신을 통한 이성 간의 만남은 다양하게 이뤄져왔다. 이메일 펜팔, 채팅 등 다양한 방식을 선보였던 인터넷 미팅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어플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있는 어느 곳에서도 쉽게 소개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현재 소개팅 어플로 대표되는 국내 소셜 데이팅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1조 5천억원 규모의 미국 시장보다는 작지만, 탄탄한 IT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그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어플 수 200개, 골라쓰는 재미가 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등 주요 앱스토어에 등록된 소개팅 어플은 약 200개에 달한다. 앞으로 소개팅 어플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이 어플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어플로는 ‘이음’을 꼽을 수 있다. 매일 2명의 이성을 소개시켜주는 이 어플은 2~30대 연령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회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상대방이 서로 호감을 표시하면 연락처를 공개해줘 따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OK권’이라는 것을 구입해야 한다.
소개 자체를 무료로 제공하는 어플도 있다. PC로도 사용할 수 있는 ‘커플레시피’는 매칭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이 무료다. 대부분의 어플이 서로에게 호감을 표현할 때 유료 아이템을 구입해야 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프로필 승인 시간이 비교적 길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또다른 어플 ‘허니브릿지’는 ‘대화를 통한 소개팅’ 방식을 채택했다. 짧은 음성 메세지를 주고받으면서 외모나 스펙이 아닌 대화로 상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사진과 텍스트 기능을 내세웠던 다른 어플보다 독특하다.
소개팅 어플은 업체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개팅 어플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면 여러 어플들을 사용해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어플을 찾는 것이 좋다. 여러 앱스토어에 있는 어플에 대한 리뷰들도 참고할 만 하다.
소개팅 어플, 직접 써보니…’이것 참 쉽지 않네’
과연 소개팅 어플의 매력은 무엇일까, 한 번 직접 써봤다.
수많은 소개팅 어플 중 고심 끝에 ‘당연시(당신도 연애를 시작할 때)’를 선택했다. 이 어플은 하루에 한 번 16명의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 다른 어플에 비해 한 번에 많은 수의 이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어플을 실행하자 간단한 회원가입을 거쳐 프로필을 작성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나이, 지역, 직업, 키 등을 작성해야 한다. 이후 추가적으로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성격, 외모 등을 작성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간단한 기본 정보만 등록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 자신의 얼굴이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등록하라고 어플은 안내한다. 모든 프로필 작성이 완료되면 업체에서 프로필 심사를 거쳐 승인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때 사진 속 얼굴이 정확히 나오지 않으면 거부당할 확률이 크다.
약 하루의 심사 기간을 거쳐 최종 승인을 받았다. 승인이 되자 곧바로 16명의 이성 프로필이 등장했다. 이 어플은 2명 중에 더 마음에 드는 한 명을 선택하는 형식으로, ‘이상형 월드컵’과 유사한 토너먼트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심사숙고 끝에 8번의 선택을 마치고 16명 중 8명을 골랐다. 하지만, 더 이상의 후기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8명의 이성 모두 다른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어플은 1단계에서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면 2단계에서는 선택받은 여성이 자신을 선택한 남성들을 놓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른다. 이렇게 몇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두 사람이 연락처를 교환하고 대화를 할 수 있다. 결국 4강도 들지 못한 채 허무하게 탈락하고 말았다.
분명 매일 새로운 이성을 간편하게 소개받는 것은 소개팅 어플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었다. 상대방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설레는 기분도 독특했다. 하지만, 소개팅 어플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이 점은 기존 소개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편리하지만, 만남이 결코 쉽지는 않다.
소개팅 어플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매칭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가 프로필을 정성껏 작성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이성이 더 매력을 느끼고 선택도 원활하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내 얼굴이 매력있겠지’라는 무모한 자신감에 추가 정보를 대충 작성한 치명적인 실수는 결국 ‘초반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로 다가왔다.
상대방의 신뢰도 하락? 나부터 잘하자
소개팅 어플은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결혼정보업체와 비슷한 점이 많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소개팅 어플은 연애를 전제로 사용하는 것이기에 비교적 부담이 적다.
편리함은 강화하고 부담감은 줄인 소개팅 어플이지만,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의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필수 개인 정보는 업체에서 확인을 하지만, 그 외 정보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지 않는다면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업체 관계자와 사용자들은 “자신부터 솔직해지고, 대화를 많이 하라”고 말한다. 성격과 취미, 이상형 등은 개인이 직접 작성하기 때문에 사용자 자신이 솔직하지 않으면 상대방 역시 쉽게 믿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라고 주장한다. 대화를 많이 나누면 상대의 가치관, 이성관 등을 파악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실제 만남을 갖더라도 그 전에 많은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소개팅 어플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아직 자신의 연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새로운 문화가 된 소개팅 어플을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리함에 자칫 가벼워질 수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진심을 가득 담는다면 스마트하면서도 오프라인 소개팅 못지 않은 특별한 인연을 만날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