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72차 총회에서 WHO는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이라고 결정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최종 의결했다. 30년 만에 개정된 ICD-11은 2022년부터 194개의 WHO 회원국에 적용된다.
게임 이용장애는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 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상황에 이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게임 이용장애를 게임중독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게임 이용장애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기간이 12개월이 넘는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보고있다.
한국은 한국질병분류코드(KCD)라는 독자 기준을 갖고 있다. KCD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을 기초로 5년마다 개정되고 있다. 2022년부터 효력이 생기는 ICD-11는 빠르면 2025년에 KCD에 반영되어 2026년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WHO의 ICD는 권고 사항으로 회원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ICD를 반영하는 KCD의 세부내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에 KCD의 세부내용에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정부부처와 관련 산업종사자들의 갈등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중독의 질병분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이 정신질환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질병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되었다고 본다.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ICD의 ‘증상이 심각하다면 12개월 미만이라도 게임 이용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기준만으로는 게임중독의 질병판정이 의사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진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적인 피해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는 WHO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이 앞으로 3년간 최소 11조 원 이상의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게임 업계관계자는 산업적 피해만큼 사회적 파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의 이용을 놓고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의학계에서는 게임중독의 질병분류를 환영하고 있다. 이미 2013년에는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게임의 정신적 영향을 특히 많이 받을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조기 치료’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게임중독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수록 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도 인터넷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것에 찬반의견을 내놓고 있다.
질병으로 보는 네티즌들은 "게임 자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중독을 병으로 보고 치료하자는 것이다.", "게임중독으로 일어난 영유아 방치 사건을 생각해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 네티즌들은 "게임중독은 게임을 하기 좋은 환경에 몰입해서 일어난 현상일 뿐이다.", "프로게이머들은 분명히 게임에 중독될 정도로 게임을 할텐데 그들이 모두 환자라는 것이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에 대해 국무총리 이낙연은 “2026년까지 남은 시간동안 몇 년에 걸쳐서라도 각 업계가 참여해서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건전한 게임이용문화를 정착시키면서도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