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각계 각층의 의견이 쏟아지면서 갈등이 커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속가능 디지털미디어 환경개선을 위한 시민네트워크'(이하 시민네트워크)는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진단 등재를 지지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네트워크는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보건교사회, 게임스마트폰 중독 시민연대 등 17개 단체들로 구성됐다.
시민네트워크는 "WHO 게임이용장애 등재 자체를 부정하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게임산업협회와 게임산업 친화적 일부 학계와 단체들, 문화체육관광부의 맹목적 반대 입장과 활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단체가 정신의학계에 이어 게임업계와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정기총회에서 ‘게임 사용장애’를 질병분류코드로 등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게임 이용장애는 게임하는 것을 우선시 해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상황에 이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WHO의 질병분류코드를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WHO에서 통과된 질병분류코드는 빠르면 2025년에 KCD에 반영되어 2026년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각계의 입장은 명확하게 나뉘고 있다.
지난 10일 5개 게임업계 종사자 단체는 게임이용장애의 KCD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게임 중독 논문들이 사용하는 중독 진단 척도는 1998년에 개발된 인터넷중독 진단척도 문항을 그대로 번안한 수준이다.”면서 "2013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통해 인터넷게임 중독 선별도구로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IGUESS)도 게임에 대한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단체는 "게임은 건전한 놀이로 영화나 TV, 인터넷, 쇼핑, 레저 스포츠와 같은 취미 · 여가 문화 중 하나다."면서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하다고 질병으로 취급하면 앞으로 제2, 제3의 게임 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단체는 국내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도입 근거가 편향적이라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대부분이 게임은 행위 중독의 요인이라는 의도에서 시작된 논문이라는 설명이다.
단체는 "이런 논문을 바탕으로 우선 게임 중독 진단 기준과 치료 기준을 임의로 정하고, 불분명한 게임 중독 환자들을 양산하며 연구 자료를 축적하자는 중독정신의학계의 일부 의견은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를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10일 "WHO의 결정을 지지하며 소모적 공방을 멈추고 국내 적용절차를 차분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우선 의료계는 "질병코드는 자연치유(게임에 과몰입하는 상태에서 일반상태로 스스로 전환하는 과정)가 되지 않은, 치료가 필요한 통상 3분의 1 가량의 케이스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게임이용장애가 도박장애, 알코올사용장애와 같은 행위중독으로, 뇌 도파민 회로의 기능이상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두뇌 발달 과정을 겪는 소아청소년기는 이러한 중독문제로 인한 언어발달, 학업, 놀이, 교우관계의 성장과 발달이 저해되는 폐해가 커 결정적인 치료시기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계는 치료 대상은 상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되며, 대다수의 건강한 게임이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정부부처의 입장도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질병코드 도입에 적극적인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은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될 만한 필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됐고 그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면서 질병코드 도입 추진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반면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9일, 게임업계를 방문한 자리에서 “게임 과이용에 대한 진단이나 징후, 원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서 보건복지부와 대립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질병코드 도입이 될 경우 게임에 대한 규제가 늘어 국내 게임산업의 손실금액이 2025년 5조 2,004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있다.
지방정부인 부산시도 질병코드 도입으로 곤란한 상황이다. 게임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며 추진한 게임산업 종합 생태계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시는 게임산업을 계속 육성하는 한편 부작용은 확실히 검토해 우려를 잠재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