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고 3학년 학생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독특한 졸업사진을 찍어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의정부고는 매년 졸업사진이 큰 화제가 된다. 사회 이슈를 풍자하거나 화제 인물, 인기 많은 영화 속 인물이나 게임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기 때문이다.
올해 졸업사진 촬영은 생중계까지 됐다. 12일 오전 10시부터 40분간 경기도교육청 측이 의정부고로 직접 나가 학생들을 촬영하고 인터뷰했다. 영상은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방송됐다.
방송에는 영화 캐릭터를 따라 한 학생들이 여러 명 나왔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파이더맨' 등 마블 시리즈 캐릭터로 분장한 학생들이다.
이현승 군은 손에 맥주캔을 들고 '토르'를 표현했다. 이 군은 "졸업사진 찍으려고 의정부고에 왔다"고 말했다.
영화 '토이 스토리' 캐릭터 '우디'처럼 카우보이 복장을 한 학생도 있다.
관객 900만 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알라딘' 자스민 공주를 따라 한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의 실제 이름은 자스민 공주와 비슷한 '이자민'이다.
남연식 군은 곧 개봉할 디즈니 실사 영화 '라이온킹' 품바로 분장했다.
영화 '레옹' 등장인물을 코스프레한 학생은 아이섀도로 수염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엄마, 나 TV 나왔어"라고 외쳤다.
영화 '다크 나이트' 조커로 꾸민 박기범 군은 "집에서 분장을 마치고 학교까지 약 20분간 걸어왔다"고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운동선수를 코스프레한 이들도 있다. 축구 선수 손흥민을 따라 한 학생은 2명이다. 한 학생은 "평소 손흥민 선수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손흥민 선수를 향해 "챔스 우승 화이팅"이라는 말을 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손흥민 선수가 광고하는 빙그레 슈퍼콘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춤까지 췄다.
지난 6월 U-20 월드컵에서 인기를 얻었던 이강인 선수 복장을 한 학생도 있다.
양진석 군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다"라며 프링글스로 단장한 자신을 뽐냈다. 양 군은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스꽝스러운 코스프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고준혁 군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처럼 차려 입었다. 고 군은 "올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의거 전 사진을 남겼던 윤봉길 의사를 기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군은 윤봉길 의사처럼 목에 글판을 걸고 있다. 진행자가 "내용도 외웠냐"고 묻자 고 군은 "외우진 못했지만, 한글로 번역한 내용을 썼다"고 했다.
이 글판은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 공원 의거를 앞두고 목에 걸었던 것으로, 글판에는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적의 장교를 도륙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복도에 나와 런웨이까지 했다. 한 명씩 차례로 앞을 향해 걸어오며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