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를 마주한 페이스북이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의 발행계획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열린 '리브라 청문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마커스 칼리브라 대표(CEO)는 "리브라 발행 전 미국 및 각국 규제 당국과 충분한 협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칼리브라는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인 리브라를 보관할 수 있는 가상화폐 지갑을 운영할 회사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리브라 백서에서 2020년 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리브라를 전세계에서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세계 각국은 약 20억명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발행한 가상화폐로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리브라 청문회'는 이러한 우려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페이스북은 위험하다.", "페이스북은 성냥을 처음 본 아기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에서 의원들은 페이스북이 일으킨 사생활 침해문제와 정보보호 실패를 언급하며 리브라 프로젝트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는 "페이스북을 신뢰하지 않아도 된다. 리브라는 100개 이상의 기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페이스북은 그 중 하나이므로 리브라에서 페이스북이 특별한 권한을 갖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한 리브라를 관리하는 기구의 본부를 스위스에 두기로 한 것이 미국의 규제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커스 대표는 이에 대해 "미국의 규제를 피하려는 게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같은 국제 금융기구들이 스위스에 위치해 있어서 스위스에 기반을 둔다."고 답했다.
외신들은 스위스 당국이 리브라 측에서 구체적인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리브라 운영기구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를 담당하는 스위스 연방데이터보호정보위원회(FDPIC)가 리브라의 규제기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DPIC는 외신을 통해 "데이터 보호 감독기구로서 우리의 잠재적인 역할에 대한 데이비드 마커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우리는 리브라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페이스북 대변인도 사측이 아직 FDPIC와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마커스 대표는 자신의 연봉을 리브라로 받을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 의원이 페이스북이 일으킨 사건의 사례를 언급한 후 "당신은 리브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는 은행 계좌를 대체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라면서 즉답을 하지 않다가 결국 "리브라로 급여 전액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에 시장과 네티즌들은 민갑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리브라의 발행연기 소식이 전해진 후, 10% 내외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리브라가 막히면 다른 가상화폐가 자리를 대신할꺼다.", "미국 의회까지 나서서 저러는 것을 보면 리브라가 무섭긴한가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