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진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동시에 측정하고 약물이나 빛을 전달할 수 있는 초소형 브레인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브레인칩은 40㎛(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일반적인 머리카락 두께 정도에 해당한다. 기존에 사용됐던 브레인 탐침 대비 6~8 이상 축소된 크기로 삽입 시 뇌조직 손상이나 감염 등이 크게 줄어들었다.
브레인칩 자체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신호를 그만큼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초소형 브레인 칩을 활용해 기억에 관여된 해마 부위에 빛과 약물을 전달함으로써 뇌 회로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 신경회로 제어 과정에서 해마의 여러 부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광범위한 신경신호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측정하는 것도 성공했다.
이같은 기술은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가 추진되고 있는 뇌-기계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페이스의 개발과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 달 21일 자사 '뉴럴링크'(Nueralink)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레이스' 기술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실험을 승인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이 기술이 현재 원숭이 등 동물 실험이 완료된 상태이며 인간에 대한 임상실험이 필요한 최종단계에 왔음을 의미한다.
뉴럴링크의 기술은 머리카락 두께의 1/4에 해당하는 더 극소 기술인데 반해 이번 KIST가 개발한 칩의 크기는 그보다는 더 큰 사이즈로 발표돼 향후 칩의 두께를 더 축소하는 방향으로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을 이끄는 조일주 KIST 박사는 "뇌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초소형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며 "이번 기술이 실제 상용화되면 기억력을 강화하거나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