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숨이 붙어있는 희생자가 타야할 헬기들을 당시 서해청장 김수현(62)과 해경청장 김석균(54)이 각각 빼앗아 타고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헬기를 타지 못한 희생자는 배를 통해 4시간 이상 걸려 이동되던 중 끝내 숨졌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당일 해경 등에게 제공받은 영상을 공개했다.
특조위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3번째로 발견된 단원고 학생 A군은 맥박이 있었음에도 헬기로 이송되지 못한 채 배를 통해 4시간 41분이 걸려 병원에 도착했다.
A군이 있던 배에서 병원까지는 헬기로 20분 거리였다.
A군은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에 발견됐고 6분 뒤 3009함으로 이송됐다.
당시 A군은 5시 59분에 맥박이 잡혀있었고 산소포화도가 69%였다.
의료진으로부터 이송조치를 지시받은 해경 실무자들은 오후 6시 35분까지 헬기를 통한 이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해경은 함내에서 ‘익수자 P정(참사 당시 시신을 옮겨오던 배)으로 갑니다’라는 방송을 들은 직후 단정으로 A군을 옮기게 됐다. 사망판정을 받기도 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헬기가 두 차례 이상 3009함에 도착했지만 모두 A군을 옮기지 않았다.
첫 번째 헬기는 오후 5시 40분쯤 도착해 4분 뒤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싣고 떠났다.
두 번째 헬기는 오후 6시 35분에 도착해 오후 7시에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이 태우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군은 헬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3회나 단정을 갈아타 오후 10시 5분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구조된지 4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한 것이다.
이후 병원에서 밤 10시 10분 공식 사망을 확인했다.
특조위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 따르면 당시 저산소증이었고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했어도 사망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며 “병원으로 즉시 이동해서 물리적인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헬기가 A군을 구조하려다가 돌아선 부분에 대해 특조위는 “P정으로 A군을 옮긴 것은 실제로 시신 처리를 했다고 보고 있다”며 “본인들의 편의에 의해서 함정에 태운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가 실시되지 않아 희생됐다는 것”이라면서 “헬기를 엉뚱한 지휘부가 차지했고,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