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이런 기부는 멈춰야 합니다"
4개월 째 대형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호주를 위해 전 세계에서 구호 물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옷과 음식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월 5일 호주 빅토리아주 대니얼 앤드루스(Michael Andrews, 47) 주지사는 산불 상황 브리핑 현장에서 더는 옷과 식료품을 기부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대니얼 앤드루스 호주 주지사는 "너무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겐 옷도 음식도 필요하지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화재 진압에 사용해야할 자원들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는 기부라는 것이다. 응급환자를 돕고 화재 진압에 나서야 할 인력들이 오히려 구호 물품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에 시간을 써야하고 힘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의류나 식료품을 관리하기 위해서 따로 사람을 투입해야하고 이를 보관할 장소까지 필요하다.
의류는 부피가 크고 종류가 다양해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자리도 많이 차지한다.
음식물 역시 유통기한 등을 파악해 먹어도 되는지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상하지 않도록 보관하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겪은 문제다. 작년 4월 강원도 강릉-속초 대형 산불에 구호 물품으로 보낸 옷들이 오히려 골칫거리로 남았다.
체육관에 쌓인 수많은 옷가지들을 정리하느라고 많은 인력들이 사용돼 정작 필요한 다른 곳에 쓰이지 못했다고 한다.
대니얼 앤드루스 호주 주지사는 "정말 기부를 하고 싶다면 현금을 기부하거나 구호 단체를 통해 기호에 맞는 물품을 기부해달라"라고 간곡히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