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극장가 관객수가 8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으면서 2·3월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등 명절 특수를 노린 기대작들이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코로나 포비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공포가 확산한데다 실제 확진자가 극장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객 수가 뚝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일 영상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1684만1103명, 매출액은 1436억5815만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1월 기준 관객수는 2012년(1662만명) 이후 8년, 매출액은 2016년(1326억여원)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올해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수도 1월26일 145만5195명으로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설을 기점으로 한반도를 급습한 우한폐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설 연휴 기간(25~27일) 일일 관객수가 10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28일 37만7800명대로 69.2% 푹 꺼지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우한폐렴 공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퍼진 시기다.
곽서연 영상진흥위원회 영화정책 연구원은 "1월에 설 연휴가 끼면 한국영화 '극성수기'로 보는데, 2014년과 2017년 모두 극성수기에 2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며 "2020년 1월도 극성수기로 분류되는데, 1684만명에 그친 점은 분명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곽 연구원은 "다만 다른 극성수기에는 관객 1000만 영화가 한편씩 끼어있었던 반면 올해는 1000만명을 달성한 영화가 없다"며 "영화의 흥행 부진도 일부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2015년 5월 메르스가 터진 직후 6월 관객수는 전월 대비 19.8% 급감한 1420만명선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번에는 메르스 사태에는 없었던 '임시휴업' 변수까지 터지면서 올해 상반기 극장가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에 2·3월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는 상황이다.
5일 영화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영화의 개봉일을 3월26일(목)로 변경하고, 2월7일(금)로 예정된 언론 시사회를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도연과 정우성의 첫 연기 호흡으로 화제가 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4일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4일 영화의 배급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고 호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일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더 프린세스: 도둑맞은 공주'가 개봉을 연기했으며, 오는 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정직한 후보' 역시 개봉일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기로 했던 영화 '작은아씨들'. 19일 개봉 예정이던 '1917' 등은 벌써 중국 개봉 연기를 확정했다. 국내 개봉 역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