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꼽히는 김빛내리(51)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공개하는 성과를 올렸다.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고정밀 진단시약과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와 장혜식 교수(40ㆍ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 겸임) 연구팀이 질병관리본부와 공동 연구로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결과는 이날 세계적 국제학술지 셀 온라인판에 우선 게재됐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바이러스의 유전체와 숙주세포로 침투해 생산한 RNA전사체를 모두 분석했다.
이로써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한편, 숨겨져 있던 RNA들과 여러 가지 RNA의 변형을 발견했다.
또 바이러스의 전사체(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복잡하면서도 숨겨진 비밀들을 밝혀주는 지도를 제시한 셈이다.
유전체와 전사체에 대한 빅데이터를 생산하여 후속 연구를 위한 다양한 정보 또한 제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DNA(디옥시리보핵산)가 아니라, RNA 형태 유전자 약 3만개로 이뤄진 게놈을 갖는다.
게놈은 일종의 ‘바이러스 종합 설계도’, 전사체는 불필요한 부분을 뺀 ‘핵심 설계도 사본’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해독을 통해 바이러스의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게놈 상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가 보고된 적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유전자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나아가 하위RNA들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전사체의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해 게놈상의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알아냈다.
또 기존에 하위 RNA가 10개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9개의 하위 RNA만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
나머지 1개는 예측과 달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생산되는 RNA 수십여종을 추가로 발견했다. 또 융합,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 RNA 재조합도 빈번히 일어나는 걸로 알아냈다.
연구팀은 아울러 “새로 발견된 변형된 RNA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들을 가질 수 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활사와 병원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빛내리 교수는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로운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