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뛰어들어갔죠” 

카자흐스탄 국적의 20대 노동자 남성 알리(28) 씨가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들어가 10여명의 한국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더욱이 이 노동자는 화상 치료를 받던 중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국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이게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룸에 들어가다 이를 발견한 카자흐스탄 국적인 알리(28)는 복도 창문을 연 뒤 '불이야'를 외치며 이웃을 대피시켰다.

사람들 대부분을 대피시킨 그는 2층에 50대 여성이 아직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옥상에서 가스관을 잡고 내려가 구조를 시도했다.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여성은 숨졌으며, 알리는 목과 등, 손 등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알리는 소방차와 경찰이 도착하는 것을 확인한 뒤 재빨리 현장을 벗어났다. 그가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그는 월세방에 살며 공사장에서 돈을 벌어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했다.

알리 선행을 알게 된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 등 주민들은 수소문해 그를 찾은 뒤 화상전문병원에 입원시킨 뒤 치료를 도왔다.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진 알리는 법무부에 출국을 전제로 자진 신고했고, 다음 달 1일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양양군 주민들은 알리를 의사상자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를 돕기 위해 죽거나 다친 경우 신청하는 의사상자는 법적 보상금과 의료 급여 등 예우를 받게 된다.

지난 2018년에는 스리랑카인 니말이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해 불법체류자로는 처음으로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대한민국 사회와의 유대관계 및 인도적 사유 등을 고려하여 영주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