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전세계가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옆나라 일본 또한 예외가 아니죠. 일본은 12일 현재 코로나 확진자 11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847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사망률은 1.6%입니다. 사망률만 놓고 보면 1.7%인 한국 보다 적네요.
사실 일본은 전 아베 정권 때부터 이 사망률이 적다는 통계를 마치 코로나 대책의 방패 막이 또는 최후의 보루처럼 활용해 왔는데요. 무슨 얘기인가 하면 전 아베 정권 때부터 코로나 대책이 미흡하다는 대내외 비판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것은 확진자 수가 아니다. 사망자와 사망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강조했죠. 그러면서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무려 28%인 일본 사회에서, 노인에게 훨씬 치명적인 코로나를 그나마 잘 통제해 왔기에 일본은 사망률이 낮다'는 논리를 폈던 것입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먼저 아베 전 총리가 자화자찬했던 일본식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식 모델이라 함은 클러스터, 다시 말해 집단 감염 대책에 의한 개별 사례를 추적하고 페널티 없는 자숙 요청과 휴업 요청을 중심으로 감염 확대를 억제한다. 또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뭐 이게 얼마나 특별해서 일본식 모델이라고 명명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 말이 얼마나 허구이고 말도 안되는 얘기인인지는 일본 내 미디어에서도 여러차례 조명한 바 있습니다. 아베 정권은 클러스터 개별 사례 추적, 경증 환자의 자숙 요청이란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한 사람의 경우 아예 파악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던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경우에만 사망률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애초 일본은 코로나 확진 기준을 지나치게 높여놨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사망률을 정산한 모집단 자체가 실제 사망률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 충분히 해볼 만 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한 블로그의 주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FUSU라는 닉네임의 이 일본인은 통계학에서 활용하는 회귀분석이란 기법을 통해 2012년 부터 2019년 데이터를 갖고 2020년 사망자 수를 추정했습니다. 2020년 사망 추정치와 2020년 실제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일본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제 사망자와 사망률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던 것이죠.
분석 결과 실제 사망자는 이 예측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으며 최종적 결론은 대략 8,000명의 추가 사망자, 그러니까 일본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8,0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더 있다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그런데 이는 지난 4월 기준입니다. 일본이 이후 2,3차 대유행을 겪은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갈 듯하네요. 실제 일본 의료 전문가들은 일본의 확진자, 사망자가 일본 정부 발표보다 대략 10~20배 정도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 숫자는 이 일본 블로거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네이처'에서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전세계 45개국, 34억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코로나 감염 실태를 파악한 것인데요. 코로나 감염률은..네 한국이 가장 적은 것으로 파악돼 1위를 차지했고요. 재밌는 것은 '사망자 혈액 내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 조사'를 통해 국가별 코로나 사망률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일본이 45개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45위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사망률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생태학적으로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일본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은데요. 과학적 접근법에 의한 사망률 예측, 다시 말해 일본이 과학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코로나에 매우 취약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하나의 지표 정도는 될 수 있겠죠.
물론 지켜봐야 되겠지만 그동안 낮은 사망률을 근거로 '코로나 통제를 잘 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올림픽도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일본 정부, 아니 일본 우익 세력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핑계거리를 찾으려나요.
[사진] 방송 캡처, FUSU SNS, 네이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