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면서 가장 화가 날 때는 언제일까요 개인적으로 깜빡이, 그러니까 방향지시등도 키지 않고 끼어드는 차가 있을 때 그래서 앞을 가로막았을 때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순간적인 분노가 치밉니다.
그런데 방향 지시등이, 익숙한 노란색 등이 아닌 빨간 색 등이라면요. 그래서 브레이크 등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운전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최근 들어 붉은 색 깜빡이를 달고 있는 차량이 유난히 많아졌습니다. 국내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분명 위반인 이 차량들, 대부분이 특정 국가에서 수입한 외제 차들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런 자동차들의 정체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운전자가 시야를 확보하는 전방 램프와 달리 이 후방 램프는 정보 전달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뒤따라오는 차량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여러가지 정보를 신호로 알려주는 것이죠. 브레이크 등은 차량의 속도가 느려지는 감속 상황을 알려주고 방향 지시등은 뒤따르는 차량에게 차선을 변경한다는 내 차량의 움직임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후진 등도 있죠. 내 차량이 후진한다는 신호를 주변 차량에게 전달해주고 야간에 작동하는 미등은 어두운 밤에 차량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이렇듯 후방 램프는 운전에 있어 중요한 정보를 주변 차량에 전달해 충돌 사고를 사전에, 미연에 방지한다는 중요한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 후방 램프들은 운전자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사전에 약속된 색깔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등은 빨간 색, 방향 지시등은 노란 색, 후진등은 흰 색, 미등은 옅은 빨간 색이 그것이죠.
그런데 최근 노란 색 깜빡이가 아닌, 붉은 색 깜빡이를 장착한 차량들이 늘어나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산 차량들입니다. 쉐보레 임팔라, 포드 머스탱, 링컨, 크라이슬러처럼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어 들어오는 차량들이 그렇고 직수입되어 들어오는 미국산 픽업트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간혹 미국에서 생산된 독일, 일본 차들도 붉은 색 방향 지시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별로 약간씩 차이가 나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눈에 잘 보이는 노란색을 권고하고 있는 반면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심미적인 이유, 그러니까 디자인적인 이유 때문에 후방 램프에 빨간색 방향 지시등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 기아차의 제네시스 G80의 경우에도 북미 수출 차량에 한해 붉은 색 방향 지시등을 장착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운전자 입장에서는 노란색 깜빡이에 익숙해져 있는데 옆 차의 빨간색 방향 지시등이 깜박이면 '왜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고 있지? 고장난 것 아냐'라고 생각하며 긴장을 하겠죠. 그런데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 끼어들기를 하면 크게 당황할 수밖에 있습니다. 이게 우리에게는 익숙치 않은 빨간 색 깜빡이 차량의 주된 피해죠.
이 차량들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한미 FTA 협약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자동차들은 현행법 예외 적용을 받아 국내 도로교통법이 아닌 미국 도로교통법 조항을 적용하게 됩니다. 즉 미국산 자동차가 미국 규정을 준수한 경우라면 우리나라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미국 차량이 아니더라도 미국 생산 차량이라면 이 기준을 적용받기에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미국용으로 수출된 벤츠, BMW 등도 빨간 색 방향 지시등을 장착한 채 그대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됨에 따라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요구를 참고해 미국 측에 방향 지시등을 바꿔달라는 '권고 요청'을 했지만, 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다할, 합당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되려 미국무역대표부는 해당 요구에 대해 권고 요청을 한 한국 측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빨간 색 깜빡이 차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해당 내용을 경찰청 측에 문의해 본 결과 "보험은 몰라도 법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이미 예외 조항인데다 관련 법안도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네, 결국 관련 법이 없으니 운전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좀 씁쓸하죠.
[출처] 포드 머스탱,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