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고양이도 공무원으로 일한다. 정말 신기하다.
영국은 오랜 의회 정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독특한 제도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고양이를 공무원으로 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슨 명예직이 아니다. 실제로 (공식적은 아니지만)존재하는 직책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지방정부의 직책이 아니라 무려 영국의 정치를 총괄하는 총리의 보좌관이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해당 직책의 이름을 'Chief Mouser'이라고 부른다. 해당 직책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수렵수석보좌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직책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은 하나다. 바로 고양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아니면 'Chief Mouser'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마치 장난과도 같은 이런 직책이 생겨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는 영국의 총리 관저와 관련이 있다. 영국의 총리는 '다우닝 가 10번지'라는 곳에 거주한다. 이 공관은 1682년에 건축돼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건물에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바로 낡고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것. 유럽의 특성 상 오래된 목재 건물에는 쥐가 창궐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방역 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에 영국은 1924년부터 쥐를 잡게 하려는 목적으로 고양이를 총리 공관에 들이기 시작했다. '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라는 명칭도 부여했다.
고양이를 총리 공관에 들이는 전통은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심지어 영국 언론들도 고양이를 공무원으로 대접하면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고양이가 쥐를 잘 잡지 않으면 '수렵보좌관이 심각한 근무 태만으로 논란에 휩싸였다'라는 식의 기사가 등장한다. 특히 이 고양이의 성별을 모를 경우에도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자리는 장기간 공석인 적도 있었다. 과거 토니 블레어 총리 재임 시절 그의 아내인 셰리 블레어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바람에 다우닝 가 10번지에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던 것. 그래서 이 때 만은 고양이가 없었다. 물론 후임 총리인 고든 브라운이 취임하면서 다시 수렵수석보좌관이 임명됐다.
영국 정치계는 이 고양이를 통해서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6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무진에 수렵수석보좌관이 몰래 숨어드는 바람에 작은 외교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런 유쾌한 이야깃거리도 생산하는 것이 영국의 활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