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되지 종 가운데 바비루사라는 이름의 돼지가 있습니다. 사진처럼 굉장히 무시무시한 뿔을 갖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뿔이 아니라 이빨이라고 하네요. 

근데 조금 의아하지 않으신가요. 이빨이 저렇게 계속 자란다면 머리를 찌르지 않을까 생활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을까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바비루사의 이빨은 정말로 계속 자라나 머리를 찌릅니다. 바비루사 수컷들은 실제로 저 이빨에 의해 천천히 찔려죽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합니다. 두개골이나 눈으로 향하게 되는데 상상만 해도 끔직하네요.

사실 저 이빨은 강도 자체가 약해서 주위에서 쉽게 부러뜨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당연하게도 바비루사는 스스로의 운명을 거부할 순 없습니다. 

대체 왜 저런 이빨을 몸에 달고 태어나게 된 것일까요. 바로 남성상의 저주 때문인데요. 바비루사 암컷들은 저 이빨이 큰 수컷들을 선호해 왔고 그 결과 이빨이 큰 수컷들만 경쟁에서 살아남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네 진화의 원리입니다. 동물들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몸에 해가 되는 장식 기관을 진화시키는걸 성 선택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내일 머리가 뚫려 죽더라도 오늘은 번식해야겠다는 의지의 결과인 것이죠.

주로 수컷들이 자주 성 선택을 크게 드러내 보이는데 화려한 공작 깃털을 비롯한 조류도 이런 진화의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한편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사실 인류도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이네요. 요즘과 같은 이 시국에 시내 번화가만 가 봐도 두발로 걸어다니는 바비루사들이 차고 넘치네요. 

[사진]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