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년 끝에 드디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8일 故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한 성노예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배 할머니 등의 소송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일본 정부를 향한 소송을 시작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당시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면서 위자료로 1인당 약 1억원을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냈다.
문제는 일본 측이었다. 해당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송달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본 측은 법원의 송달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조정은 지지부진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6년 1월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측이 서류를 접수하지 않아 재판은 길어졌다. 그러다가 재판부는 '공시 송달'을 통해 재판을 재개했다.
공시 송달은 소송에 참여해야 할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이를 게재하고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일본이 송달을 받지 않아도 송달 처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재판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지난해 4월 첫 변론이 열렸고 드디어 8일에 첫 재판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원고 측의 승리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행위가 합법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계획적, 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행위로서 국제 강행 규범을 위반했다"면서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국가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각종 자료와 변론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불법 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이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로부터 국제적 사과를 받지 못하고 위자료는 원고가 청구한 1억원 이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은 계속해서 재판에 불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권에 따라 법적 책임이 강제될 수 없다는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앞세워 재판에 응하지 않아 왔다. 게다가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나 2015년 합의를 보면 이 사건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