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이자 보수 크리에이터 윤서인씨 일 났네요. 그동안 '우파 코인'에 맛들리며 여기저기 어그로 끌기에 바빴던 윤 씨. 이번에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 그를 실드치기 바뻤던 보수 정치인, 보수 패널, 보수 크리에이터들도 이번 만큼은 조용합니다. 네 손절각인 듯하네요.
지난 12일이었죠. 윤 씨는 페이스북에 친일파 후손의 으리으리한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낡은 집을 비교해 놓은 사진을 함께 올리며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걸까?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팩트체크와 개인적 의견 덧붙이겠습니다. 다만 총평을 하자면 윤 씨의 이번 글은 비열함을 넘어서 악랄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사고 자체의 미성숙성도 엿보이는데요. 자, 일단 우리는 21세기 모든 가치 척도의 첫번째 기준으로 '돈'을 꼽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윤 씨 또한 이를 전제로 하고 여기에 이분법적 프레임까지 씌워 썰을 푼 것이죠. 그래서 친일파의 후손,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경제적으로 비교해 이른바 선과 악을 바꾸려는 악질적인 의도의 글을 올린 것입니다.
적지않은 독립운동가들이 과거 전재산을 탈탈 털어 독립운동하는데 썼고, 이 때문에 후대에 물려줄 조금의 자산조차도 없었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얘기했을까요.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의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 역사의 한 단면과, 여기에 자본주의의 특성까지 겹쳐 각 계층간 경제력이 어느 정도는 세습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게 보다 합리적인 추론이 아닐까요.
윤 씨는요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사과한답시고 액션을 취하는데 요지는 "너무 짧게 써서 괜한 오해를 샀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윤 씨가 길게 썼다고 해봤자, 사실 무슨 논리를 펼치 충분히 예상이 되는만큼 달라질 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윤 씨의 말처럼 일제시대 친일파들이 열심히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살았는지 여부는 솔직히 본인만 아는 것이죠. 가치관과 철학이 달라서 그렇지 그 중에는 열심히 살았던 친일파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열심히 살았다는게 이른바 정당함 혹은 도덕적인 면의 대표성을 지닌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100년 전 친일파들이 불린 자산의 대부분은 동족이었던 일반 서민들 그리고 조국인 대한민국에 빨대를 꽂고 착취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한반도 찬탈의 목적이 분명했던 일본 제국주의에 비위를 맞춰 얻어낸 댓가였다는 사실, 부인할 수 없는 것이죠. 윤 씨의 말처럼 열심히 살았으니까 괜찮다? 이거 아니잖아요.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100년 전 시대 상황은 이를 더욱 요구하는 시대였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윤 씨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명예훼손죄로 집단 소송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 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크게 두가지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군요. 먼저 허위사실 게시 여부와 비방의 의도 유무가 그것입니다. 특히 이 비방의 의도가 중요하다는데 본인이 비방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봤자 소용이 없고 여기에는 그의 과거 행적이 판결의 근거가 된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이 윤 씨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과거 그의 행적을 살펴봤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故 백남기씨를 소재로 만화를 그렸다가 백씨 유족에게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렸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유죄였습니다. 700만원의 벌금을 냈다고 하네요. 사실 만화 내용과 달리 백씨 딸은 휴가 차 발리를 간 게 아니라 발리에 사는 시댁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9년 성접대를 강요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故 장자연씨 사망 일주일 후에는 “저 배우는 자살하더니 그 모습 그대로네” “젊을 때 죽으면 저승에서 좋구나” “여기서도 인기짱이지”라는 웹툰을 올려 또 난리가 났었죠.
2018년 2월에는 ‘조두순 사건’을 언급한 만화를 올렸다가 고소를 당했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 나영이를 납치해 강간 상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을 웹툰에 등장시킨 것인데요. 웹툰 속 안경을 쓴 남성은 “딸아, 널 예전에 성폭행했던 조두숭 아저씨 놀러 오셨다”고 말합니다. ‘조두숭’으로 언급된 남성은 “우리 OO이 많이 컸네. 인사 안 하고 뭐 하니?”라며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조롱 발언도 있었는데요. 페이스북에 맛집 추천글을 올리면서 “현재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집이라 단원한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이에 한 네티즌이 오타일 것이라 여기며 “작가님 단언...”이라고 지적하는 댓글을 달자 그는 도리어 “단원고합니다”라고 답글을 달며 오타가 아니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자, 이번 사태로 독립운동가와 유족 후손 단체인 광복회는 윤씨를 상대로 80억원 규모의 위자료 지급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광복회 독립유공자 후손들 8,300명이 1인당 100만원씩 위자료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러면 83억원이 됩니다. 여기에 7만2,000명의 유족까지 합치면 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독립운동가 막말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윤씨, 네 개인 파산 말고는 답이 없겠네요. 덧붙여 이런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데요. 앞으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낼 때 우익, 보수 이런 말 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진짜 보수가 싫어합니다.
[사진] 윤서인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