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초 대낮부터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 있는 한 회사에서 경리 직원(24·여)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회사 사무실에서 대표 A씨(58)가 갑자기 경리의 가슴을 만진 것이다. 경리의 와이셔츠 앞쪽에 달린 주머니에 든 담배를 두고 “주머니에 뭐가 있냐”며 손을 뻗어 슬며시 성추행을 했다.
며칠이 지나 같은달 8일에는 갑자기 “가만 있어봐”라며 경리를 멈춰 세웠다. 그리곤 와이셔츠 앞주머니 부분의 실밥 2~3개를 잘라주는 척하면서 손가락으론 가슴을 만졌다.
26일에는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다. 치마를 입고 출근한 경리에게 “너무 예쁘고 섹시하다. 밖에서 나랑 데이트하자, 만났을 때 이렇게 입고 나오면 나는 좋다”면서 “유흥일 하러 가냐”는 말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면서도 손은 치마 아래로 향해 허벅지 맨살을 두어차례 쓰다듬으며 경리를 농락했다.
다음날에도 A씨는 “여기 뭐 묻었다”며 손가락으로 가슴 위를 꾹 누르고, 그 다음날에도 손금을 봐주겠다며 경리의 손을 감싸듯이 간지럽히고 10여초 주물렀다.
A씨의 범행은 강제추행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보다 앞서 7월2일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다른 피해자 B씨를 만나 “건물 및 토지를 담보로 28억원 상당의 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사기 행각을 짰다.
“내가 아는 감정평가사를 통해 감정가를 50억원으로 올린 뒤, 모 은행 지점장을 통해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린 말이었다. “우선 인사비로 지급할 착수금을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속은 B씨는 다음날 아내의 명의로 2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A씨가 회사 월세와 직원 월급도 지급하지 못하던 상황으로, B씨에게 받은 돈은 사무실 운영비 및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려 했고, 애초 대출을 위해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A씨는 강제추행, 사기,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에 처해졌다.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 이같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복지시설 각 3년간 취업제한, 추징금 2000만원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회사 대표 지위를 이용해 수차례에 걸쳐 추행한 점과 과거 강간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사기죄 등으로 벌금형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에 동일한 수법으로 또다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A씨와 합의해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하고 있지만, 계속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으면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실형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