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지 않고 반성하는 모습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에 나섰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으로 인해 숨진 희생자의 유족을 만나 사죄했다. 17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화운동 당시 특전사 7공수 특전여단 부대원이었던 A씨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희생자 유족들과 만났다.
A씨는 수십 년 전 광주에 민주화운동 진압을 하기 위해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으로 파견됐다. 그는 광주 남구 노대동 노대남제 저수지 부근에서 순찰을 하던 도중 故박병현 씨를 발견하고 사살했다. 故박 씨는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인 보성으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A씨는 총격 당시 상황에 대해 "1개 중대 병력이 광주시 외곽 차단의 목적으로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면서 "화순 방향으로 걸어가던 젊은 남자 2명이 공수부대원을 보고 도망을 쳤다. 정지를 요구했으나 겁에 질린 채 달아나길래 무의식적으로 사격을 했다"라고 진술했다.
당시 故박 씨는 어떠한 저항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지만 사살되면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A씨 또한 당시를 회상하면서 "숨진 故박 씨의 사망 현장 주변에선 총기 등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이 전혀 없었다"라면서 "대원들에게 저항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 단순히 겁을 먹고 도망가던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01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도 다룬 바 있다. 당시에도 A씨는 사건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A씨는 다시 한 번 자신의 행위를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유족 또한 A씨의 사과를 수용하면서 만남의 자리가 이루어졌다.
A씨는 유가족을 만나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라면서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 40여 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제라도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면서 유가족에게 큰절을 올리며 울먹였다.
그러자 故박 씨의 형인 박종수 씨는 "늦은 사과라도 고맙다"라면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면서 A씨를 포옹했다. 가해자가 자신이 특정인을 사살했다면서 유족을 만나 사과한 경우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례 중에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