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배드파더스’에 남편의 신상을 공개한 아내가 결국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유석철)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 15일 남편 B씨의 사진과 함께 “B씨, 당신의 아이들을 위한 양육비지급을 촉구합니다. 당신은 배드파더스에 올려져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세요?”라는 글을 SNS에 올려 지인 등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약 13년 동안 부부관계를 이어왔지만, 지난 2018년 이혼하면서 재산분할 민사소송을 벌일 만큼 사이가 멀어진 상황이었다.
B씨는 이혼 후 A씨에게 매달 200만 원의 양육비를 꾸준히 지급하던 중, 사업이 어려워져 양육비 미지급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A씨는 곧바로 B씨의 거래처 사람들이나 직원 및 지인들에게 B씨가 배드파더스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과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SNS에 공유한 것은 비방 및 명예훼손의 목적이 있다고 봤지만, 지인들에게 메시지 등을 보낸데 대해서는 모욕적 표현이 없다는 등 이유로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이 사건 재판에서 배심원 7명 중 5명이 SNS 공유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개인적인 공유는 만장일치로 죄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게시글은 B씨를 수치심의 주체로 삼고 비난하고 있는 취지”라며 “지인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SNS 특성 상 B씨는 해명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게시한 것이라기 보다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지인 등에 개인적으로 공유한 점은 B씨가 해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비방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진] 베드파더스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