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유리씨와 같은 '보조생식술 비혼 출산'에 대해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합법화될지 주목된다.
여성가족부는 27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 추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최근 비혼 출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용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20대는 55%, 30대는 56% 정도가 수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사유리씨는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난소 나이가 48세라 자연 임신이 어렵고, 지금 당장 시험관 시술을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유리씨와 같은 비혼 여성이 인공수정 시술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유리씨도 모국인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다.
관련 법상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은 불법"으로 명시돼있진 않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르면 '비배우자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돼있다.
이와 관련, 사유리씨도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다"며 "결혼하는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을 합법적으로 허용할지 등에 대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여러 쟁점이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생명윤리에 반하는 일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난자·정자공여, 대리출산 등 생명윤리 사항, 정자 공여자의 지위, 아동의 알 권리 등 여러 쟁점에서 찬반 의견이 충돌할 여지가 크다.
사유리씨의 KBS2 예능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여부를 놓고도 "비혼을 부추긴다"는 주장과 "한부모 가족과 미혼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찬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유리씨의 출연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나오자, KBS측은 "최근 다양해지는 가족의 형태의 하나로 사유리씨의 가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득에 나서야 했다.
일단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오는 6월까지 '비혼자 보조생식술 시술'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배아생성의료기관 표준운영지침 등 개정 필요성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여가부에서는 현재 비혼 출산, 보조생식술에 의한 출산 등과 관계 없이 특정 소득 이하의 한부모에 대해서는 양육비, 주거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사유리씨는 저소득 한부모는 아니겠지만, 저소득 한부모의 경우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여러 정책대상에 이미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 외의 여러가지 현실적 제한 상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진] 사유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