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금천구의 한 민간어린이집. 보육 교사들이 등원하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이르면 오전 7시30분부터 등원하는 원아도 있고, 오전 10시 넘어서까지 아이들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교사들 중 돌아가며 당직 순번을 정해 7시30분에 출근하고, 보통 8시30분쯤 나온다. 출근 이후부터 오후 4시까지는 원아들과 일분 일초를 함께 하는 셈이다.
3층짜리 건물에 1층은 0~3세, 2층은 4세, 3층은 5~7세가 생활하고 있다. 정원은 총 60명이지만, 현재 40명이 다니고 있다. 저출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원생 감소가 더 가속화됐다.
이곳 어린이집은 5세반 아이들 10명을 교사 1명이, 6~7세반은 교사 1명이 17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정부는 보육교사 1명당 최대로 돌볼 수 있는 어린이 수를 만 0세는 3명, 만 1세는 5명, 만 2세 7명, 만 3세 15명, 만 4세 이상은 20명으로 정하고 있다.
정부 기준보다 완화된 수준이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교사 1명당 돌봐야 할 아이들의 수가 여전히 너무 많았다.
보조교사 1명이 같은 층에 있는 5세반과 6~7세반을 번갈아가며 도움을 주지 않으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일 판이다. 대체 인력이 마땅치 않다보니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6~7세반 담임교사 A씨는 "보조교사 1명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 안 계시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때가 많다"며 "아이들만 두고 화장실도 맘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간식 시간. 메뉴는 미숫가루.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것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더 달라"는 아이들부터 "먹지 않겠다"는 아이들까지 성향도, 식성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는 사이 어떤 아이는 의자가 삐끗해 넘어질뻔 하고, 어떤 아이는 미숫가루를 먹다 옷에 흘려 닦아줘야 했다.
이후 클레이 점토를 활용한 '미술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점토를 활용해 자신 만의 케이크를 꾸미는 시간인데, 아직 어리다보니 선생님의 손길이 곳곳에서 필요했다.
미술 수업을 정리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아이들의 점심 시간이 이어졌다. 아이들 점심을 먹이고 난 후 교사들도 점심을 먹는데 식사 중에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허겁지겁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만성 소화 불량을 달고 사는 보육 교사들이 많은 이유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육교사의 근무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보육체계를 개편해 오후 4시 출근해 맞벌이 부모 퇴근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연장반 교사를 별도 채용하기 시작했다.
또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110곳을 선정해 0세반과 3세반 교사 1인당 아동 수를 2명, 10명(기존 3명, 1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사진]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