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한다. 한미정상회담도 같은 날 오후(한국시간 22일 새벽)에 예정돼 있다.
미국에서 명예훈장(Congressional Medal of Honor)은 미 의회 이름으로 대통령이 군인 유공자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무공훈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이다. 백악관은 수여식 행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올해 95세인 퍼켓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이 벌어지던 1950년 11월25~26일 제8군 레인저 중대장(중위)으로 참전해 평안북도 운산군 205 고지 탈환전에서 공을 세운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 수여식에 참석한 것은 그만큼 한미 양국 간 '혈맹'이 정상회담에서 강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넘어 함께 전쟁을 수행했다는 혈맹 차원의 관계 강화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에는 한미 혈맹을 되새기는 행보가 여러 차례 나타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서 개최되는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과 유엔군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관광지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국가 이름과 사망·부상·실종자 숫자를 새겨둔 조형물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이 공원 안에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문 대통령은 전날인 20일(현지시간)에도 미국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알링턴 국립묘지 역시 한국전 전사자 다수가 안장된 곳으로 '한미 혈맹'을 상징한다.
이러한 행보는 약 한 달 전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행보와 비교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6일 오후(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미일 동맹에 대한 나의 비전'을 주제로 연설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상징적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하는 일정도 단독정상회담과 관계부처 장관을 포함한 확대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이 전부였다.
현재 일본은 미국의 오랜 우방이자 동맹국이지만,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 맞서 전쟁을 벌이다 참패한 전범국인 만큼 워싱턴D.C. 곳곳에 세워진 2차대전 기념물은 '불편한 상징'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자국내 극우 여론을 의식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쟁 범죄도 부정하는 상황이다. 2016년 12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했을 때 스가 당시 관방장관은 "사죄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전쟁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가해 책임 인정을 피하려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