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여행 금지를 권고한 것을 두고 사실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입장을 파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움'을 보낸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해석이 나왔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명분이 없었던 스가 총리가 이제 올림픽 취소를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5일 보도된 국제금융 전문가 도시마 이쓰오 명의의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닛케이는 "어차피 도쿄올림픽을 열어야 할지, 취소해야 할지 결단은 시한이 지났다. 그러나 개최 2개월을 앞두고 누가 정하고 어떻게 중단하는지 절차도 불분명한 상황"이라면서 "이 시점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무부의 일본 방문 중지 권고는 스가 총리의 입장을 파악한 바이든 대통령의 도움이라는 심도 있는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외압'에 의해 창자가 끊어지는 심정으로 올림픽 포기를 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스가 총리가 미 국무부의 여행금지를 명분으로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려 들 것이란 주장이다.
앞서 미 국무부는 24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해 기존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재고'에서 4단계인 '여행금지' 권고를 이날 발령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미 국무부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코앞에 둔 일본에 대해 여행금지를 권고한 것은 최근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선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5000명대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25일 도쿄에 발령한 긴급사태도 오는 31일까지 한 차례 연장된 데 이어 2차 연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본의 민심도 도쿄올림픽에 호의적이지 않다.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가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중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가 82%에 달했을 정도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스가 총리로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도쿄올림픽을 끌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지지통신 또한 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하면서 오는 7월4일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소속돼 있으며 도쿄도의회의 여당에 해당하는 '도민퍼스트회'가 올림픽 중지를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정치권에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와 고이케 지사가 도쿄올림픽 재연기 또는 취소를 결단하는 데 남은 한 가지 걸림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영국 BBC는 IOC와 도쿄 간의 계약에 따르면 올림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IOC에만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가 일방적으로 올림픽 재연기 또는 취소를 결정할 경우 IOC가 일본에 일방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뜻이다.
BBC는 이 때문에 일본이 IOC와 계약의 틀을 유지하면서 함께 행사를 중단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사진] 픽사베이, 일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