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패소판결을 두고 해당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의 부장판사를 탄핵하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반국가, 반민족적 판결을 내린 김양호 판사의 탄핵을 요구합니다' 청원은 게재 하루 만인 9일 오전 11시20분 기준, 20만2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에 나온 부장판사의 이름은 관리자에 의해 비실명화된 상태다.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각 부처나 기관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관계자들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청원인은 "아주 충격적인 판결을 내렸다"며 "각하 판결을 내린 까닭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반국가적, 반역사적인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으로, 사실상 원고 패소판결이다.
재판부는 "개인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정반대 결론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비용을 일본으로부터 강제집행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역시 본안 판결을 뒤집은 판단이었다.
청원인은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부인된 것은 '국가 대 국가의 배상권'이지 개인이 일본 정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청구하는 '개인 청구권'은 부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제사회가 일제 식민지배를 불법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국가적, 반헌법적 행위"라고도 했다.
판결 당시 재판부가 한미관계 악화 우려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판사로서의 양심과 국내 법학계의 선례, 법조문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임을 드러냈다"며 "이는 삼권분립을 위반하고 양심에 따른 재판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국헌을 준수하고 사법부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민족적 양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김 부장판사를 즉각 탄핵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영화 군함도 스틸컷